작전 지시… 컴퓨터 토스… 배구 승패, 세터가 ‘세팅’

  • 입력 2008년 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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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스포츠에서 아무리 좋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어도 조직력을 갖추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요즘 프로배구가 그렇다.

겨울리그 9연패의 삼성화재와 V리그 2연패의 현대캐피탈이 가진 장점은 뭘까.

“세터가 뛰어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최태웅 삼성화재 세터와 권영민 현대캐피탈 세터는 국내 최고를 다툰다. 김세진 신진식 등 간판스타가 은퇴하고도 삼성화재가 선두를 유지하는 이유가 최태웅의 자로 잰 듯한 토스, 외국인 선수를 뽑지 못하고도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프로팀 LIG손해보험과 대한항공을 연파했던 현대캐피탈의 저력도 권영민의 컴퓨터 토스 덕택이다.

6일 열린 2007∼2008 V리그에서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을 3-2로 제압한 것도 세터 싸움 때문. 잘나가던 권영민의 토스가 짜임새를 갖추지 못하고 흐트러진 틈을 타 그동안 벤치를 지키던 대한항공 김영석이 자로 잰 듯한 세트플레이 토스와 과감한 속공 토스를 앞세워 포인트를 쉽게 딴 게 ‘현대 징크스’를 탈출한 원동력이었다.

이세호 KBS 해설위원은 “대한항공 주전 세터 김영래가 위기의 순간 흔들린 데 비해 김영석은 서로 약속된 플레이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토스해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용관 대한항공 감독은 “권영민의 컨디션이 안 좋은 측면도 있지만 김영석이 과감하게 토스해 이길 수 있었다. 이제 김영석을 자주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강호로 꼽은 LIG손해보험도 스페인 출신 팔라스카와 신인 최대어 김요한이 합류했음에도 프로팀 중 최하위인 4위를 달리는 이유가 세터가 다른 팀에 비해 약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말이 나온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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