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 뛰어넘기]우리시대 논술의 의미는?

  • 입력 2008년 1월 7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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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교육은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거창한 문제 같지만 논술 교육이 상당 정도 본격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이즈음 꼭 한번 고민해 보아야 할 주제입니다. 논술이 대학 입시와만 관련된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필요는 없겠지요. 이미 합격한 수험생 중에는 이제 대학에 들어왔으니 골치 아픈 논술을 안 해도 된다고 후련해 하고 있는 학생이 있을지 모르지만 대단한 착각입니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할리 없지 않겠어요? 결론부터 말해 논술 교육은 단순히 대학 입시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또 대학입시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학생 개개인의 미래를 위해 진정한 경쟁력을 기르는 문제와 직결된 것이고, 특히 우리 시대의 본질적 요구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대학에 오면 비판적 사고 연습과 논증적 글쓰기 훈련을 더 본격적으로 해야 합니다. 넓은 의미에서 논리적 사고를 토대로 한 의사소통능력을 기르는 것이 각 전공의 전문 능력을 기르는 것 못지않게 대학 교육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처럼 전문인을 길러내는 전문대학원의 입학시험에서도 이런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게 되고, PSAT 같은 행정고시의 1차 시험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능력을 전면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입사 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논술 교육의 의미는 대학입시라는 좁은 맥락이 아닌 더 넓은 사회적 맥락에서 확인되고 부여되어야 할 상황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학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전문대학원의 시험이나 고시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논술 공부를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며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앞으로 연재될 이 글의 목표입니다.

오늘은 가장 거시적인 차원만 건드려 보지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정보 사회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바로 ‘의사소통’입니다. 정보사회의 토대는 네트워크입니다. 촘촘히 짜 놓은 망을 토대로 의사소통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지요.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매일 수십 통의 e메일을 주고받고, 휴대전화를 통해 수십 건의 문자를 주고받습니다. 의사소통이 증가한다는 것은 곧 언어활동이 증가하는 것이고 나아가 언어활동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첫 단계로는 의사소통의 도구를 습득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등장합니다.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공부하는 것도 이와 관련됩니다. 세계화 시대에서 영어를 못하고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기 힘들기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영어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도구만 습득한다고 의사소통이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대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내용을 잘 갖추어야 하고,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견해와 주장을 명료하게 제시하면서 그 근거도 논리적으로 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주장도 논리적으로 따져볼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야 합니다. 이런 능력이 없다면 의사소통의 양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공허한 상태에서 그칠 뿐이며,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대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대학입시에서 논술 시험을 치고, 평소에도 논술을 공부하는 것의 가장 기초적이며 중요한 이유는 이것입니다. 바로 합리적으로 의사소통하기 위한 것이지요. 왜 합리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할까요? 우리가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살아가다보면 서로 의견이 부딪히고 갈등이 일어날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갈등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몸을 부딪쳐 싸우고 서로 삿대질하는 것으로는 풀 수 없습니다. 그리고 손을 꼭 잡고 눈물 흘리며 감성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도 풀 수 없습니다. 복잡한 이해관계라 얽혀 있고, 또 관점과 가치관이 달라서 생기는 갈등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합리적으로 풀어 가야 합니다. 자기 의견을 제시하고 왜 자신의 주장이 옳은지 근거를 제시하여 서로 설득하는 과정 속에 양보와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합리적 의사소통 능력은 민주 시민이 누구나 갖추어야 할 필수 능력입니다. 전공 영역과 관계없이 누구나 갖추어야 할 기본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소통능력은 이런 원칙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좀 더 실제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다음에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 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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