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이 순간!]사장과 바지사장의 대결…‘오! 마이 보스!’

  • 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사장님의 사장님이 내리신 지시입니다.”

덴마크의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의 첫 코미디 영화 ‘오! 마이 보스!’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SBS ‘웃찾사’의 ‘회장님의 방침’ 코너를 떠올리게 한다. 베일 뒤에 가려진 최고 권력자의 지시라는 말에 꼼짝 못하면서도 동시에 모든 책임과 비난을 한 사람에게 전가시키려는 인간 심리의 역설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장임을 숨기고 마음씨 좋은 직장 동료로만 행세해 온 라운. 그는 10년간 동고동락해 온 직원들 몰래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삼류배우 크리스토퍼를 사장 대역으로 고용한다. 라운의 정체를 폭로할 경우 큰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크리스토퍼는 자신도 사장에게 고용된 사장이며 자신의 뒤에 더 높은 존재가 있다는 말로 직원들의 동정을 사려 한다. 이후 ‘사장님의 사장님’의 방침을 두고 크리스토퍼와 라운이 펼치는 신경전은 반(反)권위주의 역시 지독한 이기주의의 산물임을 통렬한 웃음으로 보여 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