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길거리가 아니라 대통령과 회담 테이블에 앉으라

동아일보 입력 2016-11-11 00:00수정 2016-11-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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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어제 서울 홍대입구역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국민의당이 ‘정권 퇴진 운동’을 당론으로 정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국정조사와 별도 특검,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의 전권 위임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 퇴진 투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재차 밝혔다. 청와대가 영수회담을 열어 박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추천 총리의 구체적 권한 범위를 확정하자고 하는데도 야권이 이를 거부한 채 12일 대규모 촛불시위 직전에 장외 집회를 여는 것은 순서부터 잘못됐다.

 지금 국정의 주도권은 국회에 있고,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의 주도권은 야권이 쥐고 있다. 야권이 가야 할 자리는 장외가 아니라 국회이고, 협상 테이블이다. 올 초 박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 입법촉구 1천만 서명운동’에 참여했을 때 국민의당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길거리 민주주의’라고 비난했고 민주당 도종환 대변인은 “대통령이 국회를 설득해 막힌 정국을 풀 시간이 없느냐”고 비아냥댔다. 그랬던 정당들이 대통령과 마주 앉기는커녕 길거리로 뛰쳐나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위에 참여하는 국민은 하야를 외쳐도 정치인은 정치적으로 풀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이다. 국민의 하야 요구가 거셀수록 야권은 영수회담에 응해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국회 추천 총리의 구체적 권한 범위를 놓고 협상해야 한다. 정치가 가장 필요할 때 정치를 팽개치고 거리로 나서는 정치인이 대통령 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만에 하나 대통령이 하야한다고 해도 60일 안에 선거를 통해 당선될 자신도 없으면서 혼란을 극대화 장기화하려는 건 아닌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내치 외치는 물론이고 군통수권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선거를 통하지도 않고 국민이 만들어준 권력을 통째로 탈취하려는 것’이라고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지적할 만큼 비민주적 발상이다.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는 이른바 민주화세력이 1987년 민주화의 결실로 탄생한 헌법을 부정하는 발상을 하는 것도 놀랍다. 야권이 위헌적인 요구를 던져놓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건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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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도 가능한 한 최대한의 2선 후퇴를 제안해야 한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면 야권은 하야 요구 아닌 헌법적인 퇴출 절차를 시도하는 것이 민주주의 절차에 맞다. 모든 정치적 타협을 시도해본 뒤 그도 저도 안 된다면 마지막으로 탄핵 발의를 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기득권에만 매달리는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가 미국에선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표출됐음을 여야 정치권은 알아야 안다.
#안철수#박근혜#대통령 퇴진 촉구#서명운동#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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