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사체 옆에 뼈만 남은 딸아이…20대 친모는 뭘하고 있었나[더뎁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23일 10시 00분


인천 구월동 빌라서 20개월 여아 사망
사인은 영양결핍…친모 아동학대 체포
쓰레기 쌓인 집에 개·고양이 분변 가득
월 300만원 복지지원, 어디 썼는지 의문

더뎁스(The Depth)는 사건과 사고 뒤에 숨겨진 입체적인 맥락을 파헤치는 시리즈입니다. 현장의 소음에 가려진 핵심 쟁점을 파고들어 ‘왜’와 ‘어떻게’를 선보이겠습니다.
16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생후 20개월 된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주택 전경.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16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생후 20개월 된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주택 전경.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16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생후 20개월 된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주택 앞에 쓰레기봉투와 유모차 등이 어지럽게 쌓여 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16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생후 20개월 된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주택 앞에 쓰레기봉투와 유모차 등이 어지럽게 쌓여 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도저히 두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고는 믿기 어려웠어요. 쓰레기가 잔뜩 나뒹굴었고 강아지 두 마리 사체까지 있었거든요.”

4일 생후 20개월 된 A 양이 ‘영양결핍’으로 숨진 채 발견된 인천 남동구 구월동 한 빌라를 사후 조사한 남동구청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방이나 주방 가릴 것 없이 강아지와 고양이 분변, 배달용기가 가득했다”며 “냄새가 심해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16일 기자가 찾은 현장에는 여전히 악취가 남아 있었다. 계단식 빌라 복도에는 유모차와 기저귀 상자, 반려견용 패드, 택배 상자와 쓰레기봉투 등이 뒤엉켜 있었다. 먼지가 쌓인 어린이용 킥보드와 유모차는 이곳이 아이가 머물던 공간이었음을 보여줬다. 우편함에는 지난해 상·하수도 요금 고지서가 뜯기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 “뼈에 살가죽만”…‘영양결핍’으로 숨진 20개월 아이

A 양은 4일 오후 8시경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가 등원하지 않는데 부모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어린이집 연락을 받은 A 양의 이모부가 구월동 빌라를 찾았다가 사망한 A 양을 발견했다.

이모부는 곧장 119에 연락했고 사망 상태를 본 구급대원의 신고로 경찰이 도착했다. 발견 당시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던 A 양의 몸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극도로 마른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의 장례를 치른 장례지원단체 관계자들도 “아이가 뼈에 살가죽만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16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생후 20개월 된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주택 앞에 어린이용 킥보드와 유모차 등이 놓여 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16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생후 20개월 된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주택 앞에 어린이용 킥보드와 유모차 등이 놓여 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당시 집엔 A 양의 친모 강모 씨(29)도 있었다. A 양의 이모부는 “신고를 했어야지, 울기만 하면 어떡하느냐”고 강 씨를 다그치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강 씨를 긴급체포했다.

강 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빌라에서 초등학생 1학년인 첫째 딸(7)과 둘째인 A 양을 키워온 것으로 조사됐다. 집에는 아이들 외에도 강아지 4마리와 고양이 1마리가 있었다. 동물들의 영양 상태도 썩 좋지 못했다. 강 씨가 체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아리 2마리도 폐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6일 A 양의 시신을 부검한 뒤 경찰에 구두 소견을 통보했다. “영양결핍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었다.

● 월 300만 원 넘게 지원받았는데…

경찰은 강 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했다.

조사 결과 강 씨는 지자체로부터 매달 300만 원이 넘는 복지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생계급여와 주거급여, 한부모가정 지원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받은 지원금은 4800여만 원에 달한다.

또 지난해 3월에는 구월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라면 1박스를 지원받았다. 5월부터는 식료품과 생필품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푸드마켓’ 대상자로 선정돼 매달 이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푸드마켓은 기부받은 식품과 생활용품을 저소득층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복지 제도다. 강 씨는 지난달에도 식재료와 음료, 간식 등을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은 정작 이를 가장 필요로 했던 A 양에게는 닿지 못했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지원금 사용 내역 등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강모 씨(29)가 경찰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강모 씨(29)가 경찰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지자체 방문·전화 있었지만 막지 못한 비극

강 씨 가정이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남동구는 지난해 2월 이 가정을 방문했다. 한부모가정과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자산 형성을 돕는 ‘디딤씨앗통장’ 신청을 안내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최근 지자체들은 복지 대상 가구를 대상으로 정기 또는 수시로 가정 방문과 전화 상담을 진행하며 생활 실태와 위기 징후를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방문에서는 특이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남동구 관계자는 “가정방문 시 집이 심하게 지저분하거나 했다면 조치를 취했겠지만, 위기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강 씨와) 얘기할 때도 (아동학대 관련) 특별히 이상하다고 느낄 만한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전화 연락이 이어졌다. 지난해 10월에는 구청 직원들이 강 씨에게 전화해 생활 실태를 확인했다. 지난달에는 A 양 어린이집 입학에 따른 보육료 변경 신청을 안내했다.

그러나 이런 연락과 방문도 비극을 막지 못했다. 남동구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아이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안내했는데 절대로 있어선 안될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아동방임 혐의 추가…첫째는 보호시설로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는 14일 강 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강 씨가 첫째 딸 양육도 소홀히 한 것으로 보고 아동복지법상 아동방임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신체적 학대 정황이나 영양결핍 상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딸을 키우기 어려운 수준으로 주거 환경을 방치했다는 판단이다.

현재 첫째 딸은 어머니와 분리돼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발육 상태 등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1일까지이던 강 씨의 구속기간을 31일까지로 연장하고 사망 경위와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복지 지원을 받던 가정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왜 A 양만 극단적인 영양결핍 상태에 놓였는지 등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들을 규명하는 데 수사를 집중할 방침이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31일 이전에 강 씨를 재판에 넘길 방침이라고 밝혔다.

A 양의 이모가 A 양의 관에 적은 편지. 부귀후원회 제공
A 양의 이모가 A 양의 관에 적은 편지. 부귀후원회 제공


● “다음 생엔 이모 딸로 와줘”

사실 A 양은 사망이 확인되기 하루 전날인 3일 어린이집에 처음 입소할 예정이었다. 지난달 20일 어머니와 함께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영 등원하지 못하게 됐다.

이달 8일 장례지원단체의 도움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A 양은 맞는 수의가 없어 꽃무늬 일반 옷을 입고 마지막 길에 올랐다. 관에는 이모가 남긴 편지가 적혔다.

‘이쁜 우리 A야, 오늘 하늘에 소풍 가는 날이야. 하늘에서 맛있는 밥 먹고 친구들, 언니, 오빠랑 재미있게 놀다가 이모 딸로 와줘. 그때는 우리 많은 추억 만들고 여행 많이 다니자. 안녕 우리 이쁜 A. 사랑해 -우리 A를 많이 사랑하는 이모가-’

#더뎁스#사건#사고#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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