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솔라나 등
16개 가상자산에 ‘디지털 상품’ 분류
업계 발목 잡던 법적 불확실성 줄어
기관투자가 자금 유입 가속화 전망
“국내도 관련 입법 서둘러야”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비트코인이 증권이냐 상품이냐’를 두고 10년 넘게 이어져 온 논쟁에 마침표가 찍혔다. 미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을 ‘증권’이 아닌 ‘디지털 상품’으로 규정한 것이다. 가상자산이 규제 불확실성에서 벗어난 만큼 코인 생태계가 더욱 커지고 기관 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7일(현지 시간) 공개한 ‘가상자산과 관련된 연방증권법 법령해석 지침안’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XRP), 솔라나 등 16개 가상자산에 대해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하면서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체불가토큰(NFT)과 밈코인 등에 대해서도 ‘디지털 수집품’이라 규정하고 증권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수집품을 쪼개 투자하는 형태의 조각 투자는 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10년이 넘는 불확실성 끝에 이번 해석 지침이 SEC의 입장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명확히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조치가 창업자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가교 구실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EC의 이번 해석은 가상자산의 성격을 분명하게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미 연방법원조차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를 놓고 엇갈리거나 불명확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및 공시 의무가 대폭 줄어든다. ‘증권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가상자산 업계의 발목을 잡았던 각종 법적 불확실성이 줄게 됐다.
SEC의 친(親)가상자산 정책 기조에 시장이 당장 반응하지는 않고 있다. 18일 오후 4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0.12% 하락한 1억974만 원 사이에서 횡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가상자산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증권성 논란이 해소돼 기관투자가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것이라 보고 있다. 연기금, 국부펀드, 공제회, 보험사 등 뭉칫돈을 관리하는 기관들이 가상자산을 편입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에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도 더욱 다양하게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가상자산 친화 정책이 연달아 나왔고, 이번 결정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ETF 상품 다양화, 기관 자금 유입 확대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가 가상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에서 장기 표류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철우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는 “규제로 인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됐고,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의 투자자 이탈도 가속화된 상태”라며 “가상자산법 2단계를 조속히 도입해야 세계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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