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확실성 해소되면 일시적 환율 하락 동반 예상
‘상호 관세’발 안전자산 선호 현상 심화…승복 여부 두고도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2025.4.3 뉴스1
지난달 월평균 달러·원 환율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100일 넘게 이어진 행정부 수장 공백 상황이 해결되면 일시적으로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발 ‘상호 관세’ 충격 등 불확실한 경제 여파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져 결국 수급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지난달 환율 평균 가격은 1457.92원이다. 이는 IMF 외환위기 당시였던 지난 1998년 3월(1488.87원)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상승한 후 올해 들어서도 ‘1450원대’ 고환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의 경우 1436.78원으로 전달(1445.58원) 대비 12.34원 오른 데 이어, 올해 들어선 1월(1455.5원), 2월(1445.58원) 등 3개월 연속 1450원대다.
이는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예외주의’ 정책으로 이른바 ‘관세 전쟁’이 불거진 영향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말해 온 ‘상호 관세’를 본격화했다. 2일(현지시간) 한국산 수입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다.
기본관세 10%에 더해 주요 무역 상대국에 기본관세 이상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로, 우리나라의 경우 20% 수준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를 웃돌았다. 백악관은 10%의 관세는 5일 0시 1분부터, 더 높은 국가별 관세는 9일 0시 1분부터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오는 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 선고기일에서, 탄핵이 인용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환율 안정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탄핵 선고기일 연장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해외주식투자로 인한 수급 쏠림 현상으로 저평가 국면에 머무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주식시장의 외국인 자금 유입, 수출업체 고점 매도 재개에 힘입어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고수한다”고 했다.
다만 관건은 탄핵 인용 여부를 넘어 ‘수급 부담’이다. 우리나라의 달러 공급은 제한적이지만, 수요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호 관세 현실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원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가능성은 작게 보지만, 1500원 돌파를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이번 탄핵 정국이 일단락되면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일시적인 환율 하락이 동반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수급이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이 지나도 수급 부담이 해결되지 않는 한 환율 하향 안정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특히 선고 지연으로 인한 불확실성 장기화도 원화 약세 요인이지만, 헌재 결정 수용 여부를 두고 갈등 확산 우려감 또한 원화 가치의 약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도 강조했다. 인용 여부를 넘어 ‘승복 여부’도 관건이란 것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은 내수 경기를 흔들고, 경기부양 관련 정책 부재와 건설 경기회복 지연, 고용절벽 등 내수 경기 부진을 심화시킬 수 있는 리스크가 강화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힘을 더해가고 있는 점은 원화 가치의 상대적 약세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펀더멘탈 요인”이라고 했다.
이어 “우려스러운 건 여타 통화와 달리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인다는 점”이라며 “헌재 결정 수용 여부를 둘러싼 분열 혹은 갈등 확산 역시 원화 가치의 상대적 약세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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