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갑자기 그만두면 거버넌스 관련 큰 문제”
임종룡 회장 거취 문제 관련해 직접 선 긋고 나서
“경영실태평가, 자회사 편입 문제 엄정하게 할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5.02.13. 서울=뉴시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대규모 부당대출 문제를 두고 임종룡 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압박해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 회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섰다.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임 회장이 임기를 채우는 게 좋겠다”며 임기와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경영진의 거취와 관련한 불확실성에 휩싸였던 우리금융은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 내에 현실적으로 파벌도 존재하고 내부통제가 틀어진 상황에서 임 회장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 거버넌스와 관련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임기를 채우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기회될 때마다 사석에서 많이 밝혔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원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문제에 따른 현 경영진의 책임을 압박해 온 터라 이번 발언에 이목이 집중됐다.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문제가 손 전 회장 시절에 불거졌지만, 현 경영진이 재임한 시기에도 부당대출이 발견된 만큼 임 회장 또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입장이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손 전 회장 관련 불법대출이 현 회장과 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로 발견돼 중점 검사 사항으로 보고 있다”며 “불법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일 우리은행 부당대출 정기검사 결과 발표 때만 하더라도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규모 730억원 중 451억원은 임 회장의 취임 이후 취급된 것이라고 따로 명시하며 임 회장의 책임을 부각하기도 했다.
특히 “부실한 내부통제, 불건전한 조직문화에 상 줄 생각이 없다”며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내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금융사 CEO에 중징계가 내려지면 거취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원장은 임 회장이 조직에 남아 사태를 수습해해 줄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그동안 금융권에선 임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는데, 직접 나서 선을 그은 셈이다. 이 원장은 “이 문제는 임 회장이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직을 걸고 체질 개선을 하고 환골탈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의 달라진 압박 수위에 우리금융은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다만 경영실태평가와 관련한 불안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의 거버넌스가 흔들리지 않도록 수습해야 한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아니다”라며 “경영실태평가 도출과 금융위 보고, 그 이후 이어질 다양한 자회사 편입 문제에 대해 원칙대로 엄정하게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등 보험사 인수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금융위가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 정리 등의 요건이 충족될 경우 인수를 승인할 수도 있다. 금감원은 이달 중 금융위에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전달할 계획이다.
보험사 인수를 앞둔 우리금융은 현재 내부통제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사외이사 7명 중 4명을 교체하고, 사외이사진에 내부통제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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