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을 육지에서도 대량 생산할 수 있을까. 해양수산부가 총 350억 원의 사업비를 5년 동안 투입하는 ‘육상 김 양식 기술개발’ 공모사업에 나섰다. 해수면이 아닌 육지에서 김을 양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이 사업에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대형 식품기업이 뛰어들었다. 공모에 선정된 자치단체는 수출 규모 1조 원을 돌파한 김을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할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 고창군에 있는 전북도 수산기술연구소 수산물안전센터 김 육상 양식시험장 모습. 전북도는 지난달 이 곳에서 김 육상 양식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전북도 제공
● 수온 상승으로 육상 김 양식 불가피
10월부터 4월까지 생산되는 김은 섭씨 5~15도에서 자란 것이 품질이 좋다. 하지만 수온이 올라가면 양질의 김 생산이 어려워진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5년간(1968~2022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이 약 섭씨 1.36도 상승했다. 이는 전 지구 평균보다 약 2.5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생장 시 온도에 민감한 김에는 치명적이다.
국내에선 김 생산이 한계에 부딪히자 되려 김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2022년 김 수입량은 97t이었는데 2023년에는 299t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0월까지 누적 603t으로 2배가 늘었다.
기후 위기로 수온이 점차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김 재배량은 갈수록 감소할 것으로 보여 육상양식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의 해조류 섭취가 늘어나면서 식품위생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여서 품질관리가 쉬운 육상양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육상양식은 수온과 빛 등 생육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고품질 김을 연중 생산할 수 있다. 또한 해양오염이나 자연재해 위험에서 자유로워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김에 생기는 질병인 갯병도 예방할 수 있어 생산성을 높이는 미래 기술로 꼽힌다.
정부의 육상 김 양식 기술개발 공모사업은 2029년까지 종자생산(120억 원), 시스템·품질관리(230억 원) 두 분야로 나눠 추진된다. 종자생산 분야는 육상양식 적합 품종을 선별하고 연중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스템·품질관리 분야는 김 연중 생산 육상양식장 구축과 품질관리 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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