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변론과 국회에서 진행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서는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에 군을 투입했고 정치인 체포 지시는 없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들이 쏟아졌다. 국회에 투입된 군 병력에게는 본회의장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고, 국가정보원에는 “싹 다 정리해”라며 정치인 체포를 도우라고 했다는 것이다.
국회에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국회 해제 요구안 표결 전인 )12월 4일 0시 20분부터 35분 사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국회에서 의원이 아닌 (군)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이라는 김 전 장관의 말을 거듭 반박한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누구로부터 ‘질서를 유지하라’ ‘경고용이다’라는 말은 들은 바가 없다”고도 했다.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비롯한 10여 명을 체포하려 했다는 점에 대한 추가 증언도 나왔다.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윤 대통령 면전에서 대통령이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정리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했고 14∼16명의 체포 명단과 위치추적 요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여 전 사령관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특정 명단에 대한 위치 파악”을 요청한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며 발뺌으로 일관하고 있다. 군에 무슨 지시를 했는지는 구체적 언급을 피한 채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라며 선문답 같은 표현으로 둘러댔다. 중앙선관위에 군을 보낸 것은 본인의 지시였다면서 “수사 개념이 아니라 전산 시스템을 스크린 하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군은 야구 방망이와 밧줄까지 준비해서 선관위로 출동했다는데 ‘시스템 확인’ 차원이었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홍 전 차장의 증언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측은 “간첩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고 한 것”이라며 전후 사정을 봤을 때 말이 안 되는 주장을 내놨다.
윤 대통령의 억지스러운 대응은 국회와 선관위를 무력화시키고 영장 없이 정치인 등을 체포하려 했는지가 계엄의 위헌성과 내란 혐의를 입증할 핵심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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