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압수 곡물, 야생동물 먹이로 활용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5일 03시 00분


인천세관, 녹두-서리태 등 10t 선별
환경단체 ‘먹이주기 행사’에 기증
두루미-저어새 등 겨울나기 도움
압수품 폐기 비용 절감 효과도

인천본부세관 직원들이 중구 영종도에 있는 석화산에서 야생동물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곡물류를 먹이로 뿌려주고 있다. 인천본부세관 제공
인천본부세관 직원들이 중구 영종도에 있는 석화산에서 야생동물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곡물류를 먹이로 뿌려주고 있다. 인천본부세관 제공
지난달 20일 인천 중구 영종도에 있는 석화산 중턱. 해발 147m 정상에서 구읍배터는 물론이고 영종도 북쪽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산에는 고라니와 청설모, 꿩 등과 같은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날 관세청 인천본부세관 직원들은 야생동물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먹이를 주기 위해 석화산을 찾았다. 산 곳곳에 녹두와 서리태, 땅콩, 참깨 등과 같은 곡물을 수북하게 뿌려 두었다.

야생동물 먹이주기 봉사활동에 참가한 정병삼 조사총괄팀장(51)은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다녀야 하는 겨울철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시기”라며 “생태계 보호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압수품 가운데 식품 가치는 없지만 야생동물이 먹어도 괜찮은 곡물을 선별해 나눠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석화산에 뿌려진 곡물은 인천본부세관이 지난해 9, 11월 국내 한 수입상으로부터 압수한 것이다. 곡물류에 통상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밀수입하는 범행이 자주 적발된다. 특히 항암효과뿐만 아니라 탈모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서리태 같은 농산물은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 수입상은 세관의 검사 대상으로 지정될 경우에 대비해 수입 품목을 자동차에 사용되는 요소수로 신고했다. 팰릿 하단에 서리태를 깔고 상단에 요소수 알갱이를 붓는 일명 ‘심지박기’ 수법을 사용했지만 통관 과정을 엄밀하게 검색한 인천본부세관에 230t(1억 원 상당)이 적발됐다.

인천본부세관은 압수한 곡물에 대해 검사를 의뢰한 결과 식품으로는 가치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식물 검역에는 합격해 국내에 병해충을 옮길 염려가 없어 야생동물의 먹이로 활용해도 무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압수한 농산물 가운데 보관 상태가 괜찮아 품질도 좋은 곡물류를 선별해 10t을 환경단체에 기증하기로 했다. 그동안 압수한 곡물류에 대한 식품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이 내려질 경우 전량 폐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천에서 ‘야생동물 먹이주기 행사’를 진행하는 가톨릭환경연대, 남동유수지 저어새생태학습관, 인천 녹색연합, 자연보호남동구협의회, 영종국제도시 영종봉사단 등 환경단체 5곳에 21일 골고루 나눠 줬다. 이들 단체에 지급된 곡물은 국제적 멸종위기 야생동물(1급)인 두루미와 저어새 등이 서식하는 인천 강화도와 영종도, 남동유수지 등에 뿌려져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먹이로 활용된다.

또 인천본부세관은 압수된 화물 가운데 곡물이 아닌 수입산 제조품도 재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내 유명 침대업체의 상표권을 모방해 만들어 몰래 들여오려던 시가 1억 원 상당의 중국산 매트리스 24점을 압수했다. 이 매트리스는 국내에서 1개당 가격이 400만 원에 판매되는 고가 제품으로 폐기할 경우 비싼 처리비용이 들고 유독가스가 발생해 환경오염이 우려됐다. 인천본부세관은 상표권자의 동의를 얻어 상표를 제거한 뒤 인천의 한 장애인복지관 등 복지시설 3곳에 나눠 기증했다.

주시경 인천본부세관장은 “관세를 제대로 내지 않으려고 밀수입하다가 압수된 곡물이나 물품을 폐기하지 않고 환경단체에 기증하거나 재활용하는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천#세관#압수 곡물#야생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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