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규모 투자계획에 긴장
다보스포럼, AI규제-혁신 화두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0억 달러(약 720조 원)에 달하는 인공지능(AI)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각국의 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 올림픽’으로도 통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선 AI 규제와 혁신이 화두로 떠올랐다.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올해 WEF에선 정·재계 리더들이 AI의 규제와 혁신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특별연설을 통해 AI의 부작용을 막을 ‘글로벌 규범 체계’를 세우자고 제안했다. 그는 AI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걸 인정하면서도 “AI가 통제되지 않으면 속임수의 도구가 될 수 있고, 노동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전쟁터에 냉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압둘라 알스와하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정보기술부 장관은 AI 시대에 더욱 심화할 디지털 격차에 주목했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 벌어진 정보 격차가 AI 기술이 확산되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 인구 중 26억 명은 디지털 정보 접근성에서 뒤처져 있고, AI에 접근할 수 있는 인구는 7억∼10억 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AI 산업계에선 국제 사회의 규제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럽판 챗GPT’를 만든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의 아르튀르 멘슈 최고경영자(CEO)는 “미스트랄은 더 분산화된 AI 접근 방식을 장려한다. 이용자가 자신만의 AI에 접근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런 오픈소스 모델은 실제로 유해한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양대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도 AI 산업 진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엘리제궁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엘리제 조약 62주년’ 기념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에 비해 뒤처진 유럽의 AI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AI는 유럽이 선도해야 하는 핵심 분야 중 하나”라며 향후 양국이 AI 산업 성장에 힘을 쏟자고 했다. 프랑스는 유럽의 AI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다음 달 10, 11일 ‘AI 국제 정상회의’를 연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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