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뒤 폭우, 겨울엔 기온 널뛰기… 한반도 강타한 ‘기후 양극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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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2023 이상기후 보고서’
남부지방 긴 가뭄과 사투 끝나자, 장마철에 평년 2배 폭우 쏟아져
서울에선 88년 만에 9월 열대야… 초겨울 이상고온 뒤 한파 ‘양극화’
이상기후로 인명-재산 피해 속출… “과학적 기후 위기 대응력 키워야”

3월 가뭄 지난해 3월 광주 지역 상수원인 전남 화순군 동복댐의 상류 지역 하천이 2022년부터 이어진 긴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모습. 당시 남부지방은 반세기 만에 가장 긴 가뭄을 겪었으며 5월부터는 집중호우가 이어졌다. 동아일보DB
3월 가뭄 지난해 3월 광주 지역 상수원인 전남 화순군 동복댐의 상류 지역 하천이 2022년부터 이어진 긴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모습. 당시 남부지방은 반세기 만에 가장 긴 가뭄을 겪었으며 5월부터는 집중호우가 이어졌다. 동아일보DB
지난해 봄 가뭄이 기승을 부렸는데 여름에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가을과 겨울에는 이상 고온이 발생해 기온 변동의 폭이 가장 큰 한 해였다.

기상청은 지난달 29일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해 한반도 기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후 양극화’다. 극심한 더위와 추위, 가뭄과 폭우 등 정반대 기상 현상들이 짧은 시간에 나타나며 극과 극을 오갔다. 이에 따른 인명 피해와 사회경제적 손실도 컸다.

● 반세기 만의 가뭄과 폭우

지난해 봄 한반도 남부지방은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2022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가뭄이 지난해 봄까지 이어진 것이다. 광주와 전남의 가뭄은 281.3일로 전국 기상관측망이 만들어진 1973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이어졌다.

지난해 4월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가뭄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다가 5월 초부터는 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가뭄이 심했던 남부지방의 5월 강수량은 191.3mm로 평년(79.3∼125.5mm)보다 많은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장마철 폭우로 이어졌다. 지난해 장마철 강수량은 전국 660.2mm로 평년(356.7mm)의 2배 가까이였으며 장마철 강수일 역시 22.1일로 평년(17.3일) 대비 28% 증가했다. 특히 7월 중순에는 충청 이남에 정체전선이 장기간 머물며 남부지방 장마철 누적 강수량이 712.3mm로 역대 가장 많았다.

기온도 변덕을 부렸다. 최고기온 기준으로 지난해 이상고온 현상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57.8일 발생했다. 평년과 비교할 때 두 달 가까이 더 더웠다는 뜻이다. 3월과 9월 평균기온은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9.4도로 평년 대비 3.3도 높아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9월 평균기온은 22.6도로 역대 가장 더운 9월로 기록되며 서울에서는 88년 만에 9월 열대야가 발생하기도 했다.

12월 ‘반팔’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포근한 날씨 속에 반팔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최고기온 기준으로 지난해 이상고온 현상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57.8일 발생했다. 뉴시스
12월 ‘반팔’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포근한 날씨 속에 반팔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최고기온 기준으로 지난해 이상고온 현상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57.8일 발생했다. 뉴시스
이상고온 현상으로 기온은 ‘널뛰기’를 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초순 반팔을 입을 정도로 높았던 기온은 12월 중순에 급격히 떨어졌다. 11월 전국 하루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날과 낮은 날의 차이는 19.8도였고 12월 하루 평균기온은 최대 20.6도까지 벌어지며 1973년 이후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 지난해 이상고온에 온열질환자 급증

이상 기후 현상은 각 분야에 많은 피해를 남겼다. 지난해 여름철 호우로 50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되는 등 53명의 인명피해와 8071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폭염 등으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818명에 달했다. 2022년(1564명)보다 1000명 이상 많고 평년(2011∼2023년, 1625명)보다 73.4% 늘었다. 산림 피해도 발생했다. 봄철 가뭄으로 인한 산불은 596건으로 10년 평균(537건)보다 많았다. 대형 산불은 10년 평균(2.5건)의 3배 이상인 8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한반도 인근 해수면 온도는 17.5도로 2021년(17.7도)에 이어 최근 10년(2014∼2023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여름철 폭염과 함께 연안 고수온 현상이 9월 중순까지 지속되면서 서해 연안을 제외한 대부분 해상 양식장에서 대량 폐사가 발생해 약 438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 4월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초여름에 가까운 30도를 오가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해 가뭄 종료 후 집중호우, 급격한 기온변동 등 여러 극한기후가 발생했고 피해도 많았다”며 “기후변화 감시와 기후 예측, 과학에 근거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양극화
이상고온과 추위, 가뭄과 집중호우, 극심한 기온 변동 폭 등 정반대되는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가뭄#폭우#기온 널뛰기#기후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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