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만장 넘는 총선 폐현수막… 1장당 온실가스 6kg 배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치권, 현수막 수-크기 늘려와
재활용 비율 25%에도 못미쳐
환경단체 “대체수단 강구해야”

15일 서울의 한 현수막 수거업체 야적장에 총선 때 사용됐던 폐현수막 등이 소각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4·10총선으로 발생한 
폐현수막이 4년 전 290만 장에 비해 더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5일 서울의 한 현수막 수거업체 야적장에 총선 때 사용됐던 폐현수막 등이 소각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4·10총선으로 발생한 폐현수막이 4년 전 290만 장에 비해 더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정부는 22대 총선으로 발생한 폐현수막이 4년 전 21대 총선 때 1740t(약 290만 장)을 웃돌 것으로 보고 현재 24.6%에 불과한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폐현수막이 늘어나는 건 정치권에서 합법적으로 걸 수 있는 현수막 수와 크기를 지속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에선 “성인 스마트폰 보급률이 97%인 만큼 현수막을 대체할 홍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5일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현수막 철거에 착수한 상태”라며 “아직 집계 중이지만 이번 총선부터 정당 현수막이 합법화돼 폐현수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지속적으로 걸 수 있는 현수막 수와 크기를 늘려 왔다. 2005년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선거사무소에 걸 수 있는 현수막 크기와 재질 규제를 없앴는데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길이 100m, 높이 10m짜리 초대형 현수막이 등장했다. 2018년에도 공직선거법을 바꿔 선거구 내 읍면동당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을 1개에서 2개로 늘렸다.

여기에 2022년 말 선거 현수막과 별도로 정당 현수막을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면서 현수막이 폭증했다. 지난해 수거된 폐현수막은 총 6129.7t이었는데 1분기(1∼3월) 1314.7t에서 4분기(10∼12월) 1786.2t으로 선거가 다가올수록 늘었다. 옥외광고물법 개정 전 3개월간 6415건이던 정당 현수막 민원은 시행 후 3개월간 1만4197건으로 2.2배가 됐다.

“현수막 때문에 걷기도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자 여야는 다시 법을 고쳐 올 1월부터 읍면동별 정당 현수막을 2개로 제한했다. 하지만 선거 기간이 겹치며 거리에선 규제 때문에 내리는 현수막보다 새로 거는 현수막이 더 많았다.

선거 현수막의 재활용 비율은 25%에도 못 미친다. 2020년 21대 총선, 2022년 20대 대선과 8회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폐현수막 재활용 비율은 평균 24.6%에 그쳤다. 플라스틱 합성섬유로 주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 현수막의 경우 후보자의 얼굴이나 정당 이름 등이 새겨져 의류나 가방 등으로 만들기도 쉽지 않아 소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선거 현수막 1장이 제작 및 소각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약 6.28kg 배출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선거 및 정당 현수막은 재활용이 쉽지 않고 재활용할 때도 처리 비용이 발생한다. 정치권에서 합의해 문자메시지 등으로 홍보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총선#폐현수막#온실가스#290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