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탁! 칫솔터는 소리 생활소음이냐” vs “스토킹 하느냐?”[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8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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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소음 둘러싼 층간소음 갈등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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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도 못 참느냐”는 문제로 이웃간 갈등이 많습니다.

약한 발걸음 소리는 참겠지만 윗집에서 밤늦게 칫솔터는 소리까지 참아야되느냐 불만이 나올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생활소음이고 어디까지가 층간소음인지 모호합니다. 물론 정해진 소음기준이 있기는 합니다.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인한 직접충격 소음 중 1분간 낮(주간)에는 39dB, 밤(야간)에는 34dB입니다. 작년 1월부터 강화된 기준인데 집집마다 데시벨 재는 측정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기준 강화 때문에 층간소음 갈등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싸움이 정식으로 붙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기준으로 더욱 조심하라는 경고의 효과는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소음이 날 때 마다 싸울 수도 없고, 이사갈 수도 없는만큼 냉정하고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큰 비용이 들지 않는 범위내에서 소음 저감 자체 방지 조치를 취하고, 관리실 등 공식적인 제3자를 통해 경고를 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윗집 떠드는 소리에 아이들 이름까지 다 알아

경기도 수원 오목천에 1년된 신축 아파트에 살고 있는 30대 여성입니다.

작년에 모두 입주했습니다. 윗집이 이사 온 날 아랫집인 우리 집 현관에 ‘딸이 2명 있어서 좀 소란스러워도 양해를 구한다’는 내용의 쪽지와 떡을 놓고 갔습니다.

먼저 선뜻 이렇게 양해를 구하는 걸 보니 경우가 있는 사람이고 소음 예방에 노력하겠구나 싶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저 역시 딸이 있으니 이해한다’ 는 쪽지와 답례품을 두고 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이사 온 주부터 아이들 뛰는 소리와 그 부모들이 목청 높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하루가 멀다고 매일 들립니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오후 3시 30분인지도 저절로 알 수 있게됐습니다. 그 때부터 위층에서 뛰어다니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저도 웬만하면 낮에는 그럴수 있지 싶어서 저녁 8시 이전까지는 참고만 있었습니다.

그것도 정도가 있지, 본인들 세상처럼 하도 쿵쿵 뛰어다녀 하는 수 없이 관리실에 상황을 이야기하고 불편을 제기했습니다.

그래도 관리실 통해 민원까지 받았는데 차차 나아지겠지 하고 좀 더 참았습니다. 물론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번은 양치를 할 때 내는 소음인지 뭔지, 안방 욕실에서 밤만 되면 탁!탁! 소리가 나서 남편과 자다가 소리에 놀라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저희 부부가 추측하기로는 양치를 하고 칫솔을 세면대에 있는 힘껏 내리치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활소음 이라고 하지만 이게 말이 되는 소음입니까. 늦은 밤에 들리는 걸로 봐서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그러는 것 같습니다.

공동주택에서의 예절이라고는 온 가족이 찾아볼 수가 없는 집안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듭니다.

참다 참다 쪽지를 작성해서 위층에 붙이고 왔는데, 아주머니가 그 날 바로 우리 집으로 쫓아 왔습니다.

문을 채 다 열지도 않았는데 집으로 들어오려고 하길래 “들어오지 마시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굉장히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아니 생활소음도 이해 못 하는 경우가 어딨냐” 며 되레 큰소리를 쳤습니다.

저도 그동안 참았던 울분이 터졌습니다.

“학원 갔다 오는 시간에 애들 이름 부르는 누구야~누구야! 하는 소리가 하루도 빠짐없이 들린다” “여기가 본인들만 사는 공간도 아니고 정도껏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우리집 아이들 이름을 어떻게 알았냐”면서 스토킹 죄로 고소하네! 어쩌네 해서 제정신인가 했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몇 시 몇 분에 아파트가 울릴 정도로 애들 이름 부르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고 따지니 제 말은 듣지도 않으려고 합니다.

“생활소음도 정도가 있지, 온 가족이 자다가 욕실에서 나는 쿵쿵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면, 그게 어떻게 생활 소음이 될 수 있냐”고 따졌더니, 제가 보는 앞에서 아예 귀를 막았습니다.

나도 “더는 참을 수가 없다고 스토킹 벌로 신고하든 말든 알아서 하고 예절 좀 지키며 조용히 좀 하라” 하고 현관문을 쾅 닫아 버렸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까 봐 매일 심장이 두근댑니다. 저 이웃과 마주치지 않고 지내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 방법이 없을까요.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에서 생활소음은 발생 빈도와 크기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층간소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내 집에서 편안하게 생활해야지 매일 매시간 조심조심하면서 불편하게 살 수는 없는 일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아파트 구조에서는 자주 다니는 통로에 매트를 깔든지, 슬리퍼를 신든지,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든지 이웃이 참을 수 있는 최소한의 소음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합니다.

한편 아랫집에서도 층간소음이 전혀 없기를 기대할 수 없고, 윗집에서 조치를 잘 취하지 않는다면 싸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자구책을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선, 층간소음 상황을 아파트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절차에 따라 민원을 제기하시고, 직접 방문해보기를 요청하십시요.

현재 피해가 가장 심한 소음원과 시간대에 대해 위층에 주의를 줄 것과 일주일에 2일 이상은 반드시 정기적인 방송을 해달라고 요청하십시요.

자체적으로는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게 좋습니다.,

공기전달음은 화장실 환기구를 통해 많이 나옵니다. 비닐 등으로 감싸고 특히 문은 문풍지 등을 설치하면 위층 욕실에서 발생되는 소음과 목소리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현관에 중문을 설치하면 더 확실합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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