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저장조 6년후 가득 차… 신설 더 미루면 ‘원전 스톱’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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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추가 시설 제때 못만들면
전기료 오르고 일부 원전 멈춰야”
여야 이견 커 특별법 수년째 공전
한국-인도만 부지 선정 착수 못해

원자력발전소 운영을 책임지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2030년부터 한빛, 한울, 고리 원전 순서로 저장시설이 포화가 된다”고 다시 한번 경고하고 나섰다. 원자력발전의 연료로 사용된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을 짓기 위한 특별법은 수년째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추가 시설을 제때 짓지 못하면 원전을 멈춰 세워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6년 앞으로 다가온 원전 저장시설 포화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사용후 핵연료는 향후 추가 원전 건설 등을 감안할 때 2080년경까지 총 4만4692t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장시설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관리 비용이 늘고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어려워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전에 들어가는 핵연료는 수명을 다한 이후에도 수십 년간 열과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안전하게 저장할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다. 현재는 저장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각 원전 부지 내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포화 시기는 6년 앞으로 다가왔다. 2030년부터 한빛, 한울, 고리 원전 순으로 저장조가 가득 차게 된다. 한수원은 원전 부지 야외에 핵연료 저장시설을 지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를 위해서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설립 근거를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2021년 9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2022년 8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안 등이 발의됐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 간 저장시설 용량 및 설립 시기 등을 두고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부지 선정 착수 못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뿐”

최대 쟁점은 저장시설 용량이다. 김성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원전별로 각각 40∼60년인 기존 설계수명 기간에 쌓인 폐기물만 저장할 수 있도록 용량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은 운전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김영식 의원 발의안은 노후 원전의 운전 기간 연장을 고려해 설계수명이 지난 뒤 발생한 폐기물까지 저장할 수 있도록 저장 용량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장시설의 구체적인 설립 시점을 법안에 포함할지 여부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원전 외부 저장시설 부지를 2035년까지 확보하고 2050년부터 처분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립 시점을 적시해 부지 선정 및 설립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목표 시점을 법안에 적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원전 업계에선 저장시설을 마련하지 않은 채 더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일부 원전은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사용후 핵연료가 원전 부지 내에 일정 용량 이상 차게 되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발전소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황 사장은 “대만에서는 저장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발전소를 멈추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원전을 운영하는 주요 국가들은 일찌감치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나서고 있다. 핀란드는 2001년 이미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해 2025년 운영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영구처분시설은 방사성폐기물을 임시로 저장해두는 저장시설과 달리 지하 암반 등에 묻어 영구히 격리시키는 시설이다. 스웨덴은 2035년, 프랑스는 2040년에 각각 영구처분시설 운영에 들어간다. 이 밖에 중국과 러시아는 시설 부지를 확보했고, 일본과 독일은 부지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발전량 상위 10개국 중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뿐”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핵폐기물#저장조#원전 스톱#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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