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만 친환경? 선박도 친환경!”…조선업, 친환경 선박 수출 늘며 1월 수출 76% 급등[세종팀의 정책워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4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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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조업 중인 근로자의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새해 첫 달인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은 546억9000만 달러였습니다. 지난해 1월보다 18.0%가 늘어나면서 올해 수출이 상쾌한 출발을 보여 준 것입니다.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2017년 12월 이후 73개월 만에 가장 높은 56.2%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3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 대(對) 중국 수출은 20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관리하는 15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서는 무선통신기기와 이차전지를 제외한 13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는데요. 오늘은 이 가운데 가장 높은 76.0%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 선박을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 연말에도 북적인 조선소… 수주 가뭄 버티고 부활의 뱃고동

지난해 마지막 조업 일이었던 12월 29일, 직접 찾은 울산 동구의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는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들이 가득했습니다.

수백, 수천t의 중량물이 대형 크레인이나 트랜스포터(Transpoter) 같은 운반용 차량에 실려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현장. 대형 장비와 중량물을 조심하라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습니다.

현장에는 귀마개를 끼고 작업하는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경고음의 크기가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골리앗 크레인이 대형 선박 블록을 들어서 독(dock)으로 이동시킨 다음 조립하는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여기에 곳곳에서 불꽃을 튀기면서 철판을 갈아내는 그라인더 소리나 망치로 철판을 두드리는 소리까지 겹치면서 636만㎡의 드넓은 조선소 전체에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는데요.

조선소 곳곳에는 기존의 통행로를 막고 대형 선박 블록을 쌓아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울산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초대형 선박은 선박을 구성하는 대형 블록을 먼저 만든 다음에 이 블록을 레고처럼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요.

선박 건조 물량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조선소 내의 블록 보관 공간이 부족해져서 일부 통행로까지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모두 오랫동안 이어진 수주 가뭄을 지나서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는 한국 조선업을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건조 중인 선박들로 독(dock)과 안벽이 채워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 조선소 일감 늘려주는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이날 조선소에서는 독(dock)에서 외형을 갖춘 뒤에 바다에 띄운 선박들이 안벽에서 후반부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요.

초저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화물창 제조의 난도가 높아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LNG 운반선은 여러 척을 볼 수 있었습니다.

LNG 운반선은 안벽에서의 화물창 작업 기간이 긴 선종인데요.

건조가 까다로운 만큼 선가가 높은 LNG 운반선은 중국 조선업이 아직 한국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종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 29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안벽에서 시험 출항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그리고 안벽에서 또 하나 눈에 띈 선박이 덴마크의 세계적인 해운사 ‘머스크’가 발주한 컨테이너 운반선이었는데요.

조선·해운업계에서는 ‘머스크 블루’라고 부르는 하늘색 도색으로 머스크의 배라는 점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이 배의 외벽에는 ‘ALL THE WAY TO ZERO’(탄소중립으로 가는 길)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발주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 운반선이 친환경 선박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글귀였습니다.

머스크는 기존의 선박 연료와 함께 메탄올을 연료로 쓸 수 있는 이중 연료 추진 선박을 대거 발주한 상황인데요.

메탄올과 디젤(벙커C유)을 혼용해 원료로 사용하기에 기존에 디젤로만 움직이는 선박에 비해 황산화물은 99%, 질소산화물은 80%, 온실가스는 25%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친환경 선박은 신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선가가 더 비싼 고부가가치 선박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 29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친환경 선박으로 제작 중인 ‘머스크’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HD현대중공업 제공


● 친환경 물결에 암모니아선 등도 미래 먹거리로

세계적인 친환경 물결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하는 친환경차 뿐만 아니라 친환경 선박 영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환경 규제가 완성차 제조사들에 비교적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는 자동차 산업과 달리 해운업에서는 해운사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로 작용하면서 더 큰 강제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안에 발맞춰서 해운사는 친환경 선박으로 선대를 교체해야 하고 이들의 선박 발주를 국내·외 조선사가 받아오는 구조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전환에 사운을 건 머스크는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첫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 운반선 ‘로라 머스크호’의 명명식을 덴마크 코펜하겐항에서 열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선박 명명식은 배를 만든 조선소에서 치르는데 건조된 선박을 2만 킬로미터 이상 항해해 오도록 하고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당시 사장)까지 초청해서 코펜하겐항에서 명명식을 연 것입니다.

한국 조선업계에서는 메탄올뿐만 아니라 암모니아 추진선 등도 수주하면서 친환경 선박을 미래 먹거리로 선점하는 모습입니다.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첫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 운반선 ‘로라 머스크호’. HD현대 제공


● 산업부 “올해 선박 수출 견조할 것”

이런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정부에서는 올해도 선박 수출이 탄탄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수출 선박 수출 실적과 관련해 컨테이너선,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출 호조와 해양플랜트 수출이 이어지면서 6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동차 등과 비교하면 수출 물량이 많지 않은 선박은 각 선박의 건조, 수출 일정에 따라서 월별 수치는 변동성이 클 수 있지만 전반적인 수출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 만드는 선박의 가격을 보여주는 클라크슨 선가지수도 2020년 6월 126.9에서 2021년 12월 153.6까지 상승했는데요. 정부는 이런 가격 상승이 올해 수출 물량에 계속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조선업 수출과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조선업은 올해 선박 수출 물량과 수출 단가 모두 상승하면서 견조한 업황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자동차와 함께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선박이 올해도 이런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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