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동 성착취물 작년 3600만건” 빅테크 CEO 청문회 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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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X 등 SNS 타고 역대 최다
온라인서 꾀어 성착취 1년새 2배
빅테크 모니터링 제대로 안지켜져
개인정보 이유로 법제화도 미적

미국 실종·학대아동센터(NCMEC)에서 운영하는 아동 성착취물 신고 웹사이트 ‘테이크잇다운’. 피해자가 직접 신고할 수 있으며 한국어를 포함해 25개 언어를 지원한다. 테이크잇다운 캡처
미국 실종·학대아동센터(NCMEC)에서 운영하는 아동 성착취물 신고 웹사이트 ‘테이크잇다운’. 피해자가 직접 신고할 수 있으며 한국어를 포함해 25개 언어를 지원한다. 테이크잇다운 캡처
미국 실종·학대아동센터(NCMEC)에 접수된 온라인 아동 성착취물 신고 건수가 지난해 3600만 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해당 아동 성착취물 대부분은 페이스북이나 X(옛 트위터)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퍼진 것이었다. 미 의회에선 지난해 성착취물 피해 아동이 소셜미디어 기업을 고소할 수 있게 하는 등 규제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개인정보 침해 논란 등을 이유로 반대에 부딪혀 법제화는 지지부진하다. 일단 미 상원은 31일 청문회 단상에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세울 예정이다.

● 온라인으로 꾀어 성착취, 1년 새 2배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 “민간 비영리기관인 NCMEC가 집계한 온라인 아동 성착취물 신고 건수가 2022년 3200만 건에서 지난해 3600만 건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2020년 2170만 건에서 2021년 2930만 건으로 늘어났던 건수가 이후로도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정부와 관련 민간기관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데도 성착취물은 오히려 줄어들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아동 성착취물이 제작·유포되는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성범죄 전문 변호사인 캐리 골드버그는 “과거엔 은밀하게 제작돼 폐쇄적인 온라인 공간에서 비밀리에 교환됐다면, 근래엔 제작 방식이 간편해지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직접 불법 영상을 만들고 있는 지경”이라고 했다. NCMEC에 따르면 성착취물이 평범한 일상에서도 마구잡이로 제작·유포되며 지난해 최소 열두 명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나 메시지 앱으로 친구나 지인을 가장해 접근한 뒤 돈으로 꾀어 노골적인 사진과 영상을 요구하는 ‘온라인 성적 유인(Online Enticement)’도 심각하다. 아직 관련 신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증가하는 추세는 엄청나게 빠르다. 2022년 8만여 건에서 지난해 18만6000건으로 1년 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또 성착취물 상당수는 부모나 친척, 베이비시터, 이웃 등 ‘아동에게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만들었다.

NCMEC에 신고된 아동 성착취물은 90% 이상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업로드됐지만, 대부분 페이스북, 스냅챗,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유포됐다.

● “빅테크 압박하는 유일한 길은 입법”
아동 성착취물 피해를 막으려면 소셜미디어나 동영상 플랫폼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제작자 단속이나 플랫폼 기업의 자발적인 대책 마련에만 기대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 상원에서는 지난해 5월 성착취물 피해 아동이 소셜 플랫폼을 고소할 수 있게 하는 등 기업들에 더 많은 책임을 묻는 법안들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후 입법 활동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 해당 법안이 일반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하거나 합법적 게시물까지 삭제시킬 수 있다는 반발 때문이다. WP는 “아동 성착취 예방은 정치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주제이지만, 기술의 발전이 규제의 속도를 빠르게 앞지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발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한 기업들이 되레 ‘아동 성착취물의 온상’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교적 적극적인 메타는 2022년 페이스북에 2100만 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보고했다. 접수된 전체 신고의 절반 이상이다. 반면 최근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딥페이크 음란 이미지에 대한 늑장 대응으로 논란이 된 X의 신고 건수는 10만 건 미만이다.

상원 법제사법위원회는 31일 아동 성착취물 규제를 논의할 청문회에 빅테크 CEO들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그러나 조지워싱턴대 로스쿨 매리 앤 프랭크스 교수는 “정치인들의 수사적인 비난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골드버그 변호사도 “기업에 변화를 압박할 유일한 방법은 입법을 통해 피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동조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아동 성착취물#빅테크 ceo#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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