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슈퍼컵, 연장전 ‘거르고’ 승부차기 돌입했던 이유는[알고 봅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8일 1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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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그리스 피레우스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2023 슈퍼컵에서 지난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가 유로파리그 우승팀 세비야(스페인)를 승부차기 끝에 5-4로 꺾고 우승했다. 이 경기가 치러지기 약 40일 전, UEFA는 정규시간 안에 승부가 안날 경우 연장전 없이 바로 승부차기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1973년 슈퍼컵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덕분에 승부차기까지 치러졌음에도 맨시티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이 모습은 킥오프를 한 뒤 2시간 30여분 만에 볼 수 있었다. 사진출처 맨체스터 시티 트위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챔피언과 유로파리그 챔피언이 단판승부로 ‘유럽 최강자’를 가리는 UEFA 2023 슈퍼컵은 지난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승리로 끝났다. 맨시티는 17일 그리스 피레우스에서 열린 세비야(스페인)와의 슈퍼컵에서 경기 전후반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5-4로 승리해 슈퍼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유럽대항전에서 승부차기까지 치르는 치열한 승부가 벌어졌지만 경기가 늘어진다는 느낌은 덜했다. 전후반 90분의 정규시간이 지난 뒤 연장전 30분을 생략하고 바로 승부차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원래 슈퍼컵이 연장전을 생략하던 대회는 아니다. 2년 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열린 첼시(잉글랜드)와 비야레알(스페인)의 ‘2021 슈퍼컵’만 해도 연장전까지 총 120분 동안 경기를 치르고도 1-1로 승부가 나지 않아 승부차기가 치러진 끝에 첼시가 6-5로 이겼다. 지난 5년(2018~2022년) 동안 치러졌던 슈퍼컵 5경기도 지난해를 제외한 4경기 모두 연장전을 치렀다. 이중 연장전에서도 승부가 안 난 2경기가 승부차기까지 갔다.

앞서 UEFA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끝나고 약 보름 뒤인 6월 말, 이번 슈퍼컵 결승이 정규시간 안에 승부가 안날 경우 연장전 없이 승부차기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스페인 마르카가 이 소식을 전했는데 “정규시간 안에 승부가 안난다면 연장전 없이 치러지는 첫 슈퍼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UEFA가 슈퍼컵 연장전을 생략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하나였다.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폭염 때문이다. 이번 슈퍼컵이 치러진 그리스만 해도 지난달 폭염과 사투를 벌였다. 일일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는 건 예사였다. 외신들은 “7월 23일 기티오의 기상관측센터 최고기온이 섭씨 46.4도, 아테네 근교 네아필라델피아 최고기온이 45.4도에 이르는 등 50년 만의 가장 뜨거운 7월 주말을 기록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슈퍼컵 경기가 치러진 17일도 폭염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UEFA가 19시 56분에 남긴 경기 관련 보고서에 기록된 경기장의 온도는 섭씨 28도였다. 지난해 핀란드 헬싱키에서 치러진 슈퍼컵 당시 경기장 기온이 18도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도나 높다. 유럽 현지 외신들은 “그리스의 기온이 매우 높을 것을 우려해 UEFA가 선수단의 추가적인 수고를 덜기 위한 목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는데, UEFA의 선제적 판단은 옳았다.

더위에 관해 축구는 그동안 적응을 위해 많은 변화를 꾀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선수들이 더위를 피해 잠시 경기를 멈추고 수분을 보충하는 ‘쿨링 브레이크’가 도입됐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은 중동의 여름을 피해 월드컵 사상 최초로 겨울에 치러졌다. 또한 카타르는 월드컵을 준비하며 야외 축구장 전체를 시원하게 하는 에어컨을 구상해 실현했고, 월드컵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야외 에어컨을 ‘거국적으로’ 선보였다. 1973년 시작돼 50주년을 맞은 슈퍼컵은 사상 처음 경기 시간을 줄였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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