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튀기고 김밥 마는 로봇…인력난 해결사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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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찌개 1시간에 80그릇 끓여내
튀김 작업 유해성 문제도 해결
프랜차이즈업계 중심으로 확산
표준화된 맛 지킬 수 있는 장점도

얌샘김밥은 제육덮밥 등 다양한 분식 메뉴를 자동으로 조리해주는 냄비 모양의 자동조리기를 도입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얌샘김밥은 제육덮밥 등 다양한 분식 메뉴를 자동으로 조리해주는 냄비 모양의 자동조리기를 도입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얌샘김밥’ 매장. 점심 손님이 밀려들고 배달 주문이 쏟아지며 홀이 분주해졌지만 주방만큼은 차분했다. 제육덮밥, 불고기덮밥, 떡볶이, 김밥 등 한꺼번에 들어온 4가지 음식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분. 1인분씩 미리 소분된 재료와 양념을 냄비 모양의 자동조리기에 넣고 조리 버튼을 누르자 로봇이 스스로 데우고 볶으며 요리를 완성해냈다. 김밥 한 줄도 뚝딱 말렸다. 기계가 김 위에 밥을 펴놔 사람은 속재료만 올리면 됐다. 말린 김밥은 로봇이 썰었다.

식당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구인난에 직면하자 로봇 등 기계로 인력을 대신하는 ‘스마트 주방’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주문 키오스크와 서빙 로봇에 이어 조리와 세척을 맡는 로봇이 확산되며 노동집약적인 식당 일이 바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주방 인력난에 로봇 도입 속속

2일 외식업계 등에 따르면 얌샘김밥은 올해 기존 김밥 조리기에 자동말이 기능을 추가하고 볶음류를 자동 조리할 수 있는 ‘셰프 로봇’을 도입했다. 현재 180개 점포에서 김밥 반자동 조리기를 사용하고 있다. 전국 240여 개 점포의 75%를 차지한다. 얌샘김밥은 올해 안에 전체 요리를 자동화한 매장을 40여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분식집 가맹 본부가 주방 자동화에 ‘올인’한 건 인력 부족 영향이 크다. 코로나19로 기존 직원이 대거 떠나고 신규 직원을 구하기 어려워진 데다 최근 급식시설 유해가스 문제 등이 불거지며 구인난이 만성화됐다. 얌샘김밥 관계자는 “효율을 높이고 일정한 맛과 품질을 낼 수 있는 로봇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했다.

교촌치킨이 로봇 제조업체 뉴로메카와 손잡고 개발한 튀김 로봇. 로봇이 뜨겁고 무거운 튀김 그릇을 대신 털어준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교촌치킨이 로봇 제조업체 뉴로메카와 손잡고 개발한 튀김 로봇. 로봇이 뜨겁고 무거운 튀김 그릇을 대신 털어준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치킨 프랜차이즈도 로봇 도입 실험을 진행 중이다. 교촌은 로봇 제조업체 뉴로메카와 손잡고 치킨 튀김 로봇을 개발해 서울과 경기 등 3개 점포에서 활용하고 있다. 반죽을 제조하고 소스를 바르는 로봇도 개발할 예정이다. 바른치킨과 멕시카나치킨 등도 앞다퉈 로봇 매장을 늘리고 있다. 한 로봇 치킨점주는 “예전에는 뜨거운 기름 앞에서 튀김그릇을 털고 부스러기를 제거하느라 녹초가 됐는데 이제는 로봇이 대신 해줘 건강에도 더 좋은 것 같다. 주방 경력도 덜 필요해 채용도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 한식·양식·일식, 메뉴 불문 자동화

로봇이 정교해지면서 업무효율도 높아지고 있다. 한식 로봇주방을 운영 중인 ‘봇밥’은 긴 팔을 가진 로봇이 탕과 찌개 그릇을 인덕션으로 옮겨 만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로봇이 완성된 요리를 컨베이어벨트로 운반하는 작업까지 전담한다. 로봇 2대로 시간당 80그릇을 소화할 수 있다. 비슷한 규모의 식당보다 종업원 수를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서울 성동구의 파스타 전문점 ‘파일론’은 조리와 세척을 자동화한 방법으로 주변 식당보다 파스타를 2000∼3000원 더 싸게 팔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비교적 적어 자정 이전에 문을 닫는 인근 식당과 달리 오전 2시까지 영업한다.

해외에서도 로봇 경쟁이 한창이다. 미국에서 15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스위트그린은 샐러드 로봇 회사 스파이스를 인수해 올해 2곳을 자동화 매장으로 꾸밀 예정이다. 스파이스 로봇은 시간당 200인분의 샐러드 요리를 만든다. 일본에서는 1분에 60개의 초밥을 쥐는 기계와 철판 기름칠부터 뒤집기까지 하는 다코야키 로봇이 나왔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한식 프랜차이즈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지만 현지에서 한식 이해도가 높은 숙련된 셰프를 구하기가 어렵다”며 “요리 로봇이 고도화되면 한식의 세계화, 표준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주방 자동화#로봇#인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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