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국 드라마 영향 막으려 옷-머리모양 단속”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0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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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30일 공개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는 북한 당국이 한국 드라마 등 각종 영상 콘텐츠 소지 행위를 단속하는 것은 물론 이 같은 콘텐츠 접촉으로 영향받을 수 있는 옷차림과 생활방식까지 단속한 사실이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109 연합 지휘부’라는 특별전담조직을 내세워 가택수색, 길거리 불시 검문 등으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다운로드 받는 등 외부 정보를 접촉했는지를 단속하고 있다. 대학생들 상대로는 한국영화나 노래 등 이른바 ‘불순 녹화물’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학 당 위원회 등을 통해 휴대전화도 검열한다.

“제 나라 식대로 살아야 하는데 다른 나라식 대로 살면 안된다”는 내용의 선전문을 길거리 곳곳에 붙여놓고 몸에 붙는 바지 등 ‘서양식 날라리풍옷’ 검은색 이외의 색으로 염색한 머리 등 ‘서양식 머리모양’을 단속하고 있다는 탈북민들 증언도 담겼다. 한 탈북민은 “여성은 귀밑 한뼘 정도 머리, 남자는 앞머리가 눈을 덮지 않아야 한다”고 증언했다.

2019년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노래를 들은 20대 남녀 15명에게 노동교화형 1~3년을 선고한 사례도 보고서에 담겼다. 2018년엔 한국 드라마 파일을 지인과 공유했다가 노동교화형 3년 6개월 선고받은 경우도 있었다.

단속당한 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써야 하는 뇌물 액수가 2019년 함경북도를 기준으로 미국 영화는 5000위안(약 94만 원), 한국영화는 1만 위안(약188만 원)에 달해 단속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증언도 있었다.

한국 드라마 등 ‘외부 정보’를 접하기 위해 주민들이 당국의 휴대전화 감시 프로그램을 회피하는 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을 공유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북한 당국은 2019년 주민들에게 휴대전화나 컴퓨터 프로그램 상시 업데이트를 지시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이를 따르지 않고 당국의 추적을 막는 프로그램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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