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세계 전기량 10% 디지털 장비가 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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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기욤 피트롱 지음·양영란 옮김/364쪽·1만8500원·갈라파고스

디지털 시대에 흔히 붙는 수식어 중 하나가 ‘친환경’이다. 매연을 뿜어대던 산업화 시대에서 벗어나 인터넷의 등장에 힘입어 이뤄진 4차 산업혁명은 종이 없는 전자정부와 전기차 등을 만들어냈다.

프랑스 다큐멘터리 PD이자 기자인 저자는 이 관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행위가 막대한 양의 전기와 다른 자원들을 소모하고 지구 환경은 그만큼 파괴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수치를 통해 디지털 시대 지구 환경 위기를 설파한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없이 누르는 ‘좋아요’나 e메일 전송을 위해서는 복잡한 정보 처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각각의 정보는 이동통신사업자 등을 통해 전선과 해저케이블을 지나 데이터센터로 운반된 뒤 정보 전달 대상에게 전송된다. 저자는 이 과정을 7단계로 구분했는데 핵심은 데이터센터다. 처리하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더 큰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더 커진 데이터센터는 더 많은 전기, 그리고 더 많은 열을 식혀줄 더 많은 물이 필요하다.

지구상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장비는 약 340억 개다. 이 장비들이 소비하는 전기량은 세계 전기량의 약 10%에 달한다. 이를 하나의 나라라고 치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현재 생산되는 전기의 35%는 여전히 석탄을 태워 만든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유타주에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매달 최대 20만 ㎥의 물을 소비한다. 이는 올림픽 경기장 규격의 수영장 54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저자는 진정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결국 인간의 자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기술은 딱 우리가 하는 만큼만 친환경적이다. 우리가 에너지 자원을 낭비하기 좋아한다면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이러한 경향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고, 반대로 우리가 한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생각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원자 군단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세계 전기량#디지털 장비#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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