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니 최고로 근사하게[공간의 재발견/정성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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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한 사회와 국가에서 가장 근사해야 할 공간은 어디일까? 어쩌면 유치원일 수도, 국립수목원일 수도 있다. 이곳 역시 아름답고 풍요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대학이다. 일단 졸업을 하고 나면 다시 갈 일이 많지 않지만, 그래서 특수 공간으로 이해될 법하지만, 대학원까지 합해 4∼6년간 그곳에 다니는 청춘들을 위해서라도 그곳은 멋지고 근사해야 한다. 그 시절에 보고 누리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안목과 지성의 뿌리가 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한국과 스위스가 수교 60주년을 맞는 해다. 이를 기념해 스위스 외교부와 주한 스위스대사관을 중심으로 양국 간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 중이고 그 일환으로 현지의 몇몇 대학을 둘러보고 왔다. 그곳의 건물과 광장, 복도와 회의실을 돌며 한마디로 압도돼 버렸다. 아인슈타인의 모교이자 1855년 설립된 이래 노벨상 수상자만 28명을 배출한 취리히연방공과대는 고고학적 정확성과 엄격함을 흠모한 신고전주의를 기준점으로 삼은 곳답게 수많은 아치와 기둥이 건축 도면처럼 질서정연하게 펼쳐져 있었다. 천장 벽화도 수학적 그림 같았다.

바로 옆에 위치한 취리히대(사진)는 또 어떤가. 1000점이 넘는 벽화와 부조, 조각과 그림이 회의실과 복도에 그득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비트코인과 메타버스, 멸종 위기 동물의 행동 등에 관한 다양한 실험과 분석이 진행되고 있었다. 외관은 명예의 전당인데 연구 과제는 구글 같았다.

로잔연방공과대는 건축의 경연장이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까지 수상한 일본의 건축 그룹 사나(SANAA)가 설계한 ‘롤렉스 러닝 센터’ 옆으로 프랑스의 스타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의 작업물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구마 겐고가 설계한 아트 랩도 인상적이었다. 249m 길이의 일자로 단정하고 긴 건축물이었는데 나무와 금속이 맞물리는 지붕 라인이 절묘하게 각을 비틀며 이어져 그 자체로 간결한 공학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이 대학들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 있었다. 과거에서 뻗어 나온 현재이자 미래로 연결되는 오늘이 이리 멋지다니, 유럽의 초강소국인 스위스의 미래는 앞으로도 창창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아인슈타인과 인공지능(AI), 오래된 그림과 첨단의 건축이 함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은 뿌리에 대한 갈증 없이 좀 더 단단한 마음으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고여야 할 곳을 최고로 만드는 것. 국가의 힘과 품격은 그런 합의와 결정에서도 움튼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대학#최고#근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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