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제 ‘부진’ 공식화 “수출 위축-내수 둔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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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둔화→부진’ 악화된 진단
반도체 재고 급증 등 제조업 위축
한은 “금리인상에 소비 회복 제약”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을 ‘둔화’에서 ‘부진’으로 바꿨다. 한국은행은 다른 나라들보다 국내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빠르게 늘어난 데다 주택 경기도 더 나빠 주요국들보다 소비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8일 내놓은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KDI는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 둔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통상 부진은 경기 회복세가 약해진다는 의미의 둔화보다 상황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경기에 대한 우려를 한 단계 높이며 경기 부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경기 판단에 부진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KDI는 경기 부진 원인으로 제조업과 소비 위축을 꼽았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 부진이 길어지면서 올 1월 제조업 재고율은 120%로 상승했다.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를 덮쳤던 1998년 7월(124.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소비 회복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BOK 이슈노트’에서 “지난해 민간소비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였지만 앞으로는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와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소비 회복이 상당 폭 제약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소비가 다른 나라들보다 더 크게 쪼그라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국보다 가계부채가 많고,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6.5%로 미국(101.2%), 독일(101.5%)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주요국보다 집값이 더 많이 떨어진 점도 소비 제약 요인이다. 국내 주택가격은 2020년 1월 100을 기준으로 할 때 2021년 10월 134.0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 1월 112.7로 15.9% 하락했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6월 145.2까지 올랐다가 그해 12월 4.5% 소폭 하락했다.

한국 경제에 긍정적 요인인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은 아직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부진으로 고용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기 둔화와 취업자 증가 폭 축소가 맞물리면서 체감되는 고용 둔화는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kdi#부진#수출 위축-내수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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