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정지’ 부동산중개업소 연락해보니…10개 중 6개 “영업 중입니다”

  • 뉴스1
  • 입력 2023년 2월 21일 13시 39분


코멘트
지난해 12월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아 영업정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20일 부동산중개업소가 물건 소개를 이어가는 모습
지난해 12월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아 영업정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20일 부동산중개업소가 물건 소개를 이어가는 모습
“곧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에 소개될 물건이에요. 방송에 나가면 동날 수 있으니 어서 연락을 주셔야 해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는데도 온라인에 광고를 올리거나 물건을 소개하는 등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버젓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서울 내 업무정지를 당한 업소로 정부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곳 가운데 62.5%(16곳 중 10곳)는 같은 사무실, 동일한 번호를 사용하며 영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세입자들은 업무정지를 당한 중개업소에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중개사고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을 수 없어 피해가 예상된다.

◇업무중지 부동산중개업소 ‘영업 중’…“매물 많으니 조건만 알려달라”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일 기준 국가공간정보포털에 등록된 서울 부동산중개업소는 총 2만6967개다. 이중 행정처분을 받아 업무가 중지된 것으로 확인된 16개 업소로 이중 10개 업소가 업무정지 기간 물건을 소개해 주거나 온라인 광고를 게시하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에 이들 중개업소를 검색하면 ‘영업 중’이라는 안내와 함께 사무소 번호가 안내됐다. 일부 업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자사 홈페이지에 중개 대상 물건을 홍보하는 글을 올리고 있었다. 3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지 6일 만에 매물 소개 게시글을 올린 업체는 “(전 주인이) 너무 깔끔하게 잘 관리하며 살았다”며 “사진이 마치 모델하우스를 촬영한 것 같다”고 홍보했다.

이들 업소에 전화를 걸어 영업 여부를 문의하자 “매물은 많으니 원하는 조건만 알려달라”고 답했다. 또 다른 업체는 “무엇보다 전세사기를 당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며 “안전한 매물 위주로 소개해 드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 중 다수는 행정처분을 받을 당시의 상호에서 한두 글자를 추가하는 등 상호를 미묘하게 변형하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해 11월 6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OO부동산중개업소’는 ‘뉴OO부동산중개업소’로 상호를 변경했다. 그러면서도 사무소를 직접 소개할 때는 이전의 상호를 언급했다.

한 업체는 “소속 공인중개사 도장이 없어서 다른 대표 도장만 계속 찍어서 정지됐는데 먹고살기 힘드니까 영업을 재개한 것”이라며 “상호도 바꾸고 공인중개사도 다른 사람이라 불법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지자체 관리·감독 ‘부실’…현행법상 사각지대 ‘꼼수’도

일차적인 문제는 해당 공인중개사가 업무정지 당한 사무소에서 버젓이 영업하고 있는데도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데 있다.

현행법상 업무가 정지된 중개업소가 처분 기간 중 중개업무를 한 경우에는 해당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이 취소된다. 지자체는 사무소가 업무정지 처분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관리하고 처분할 책임이 있다.

다만 지자체는 관리 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온라인이나 전화로 중개 행위를 하고 있는지까지 확인하기는 소수의 인력으로는 어렵다”며 “근처에 업무를 보러 갈 때 잠시 들르는 수준 이상으로 감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다른 중개사를 구해 사업자등록을 새롭게 하는 등의 꼼수는 현행법상 제재하기 어렵다.

현행법상 새로운 대표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는 경우 다른 사무소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상호를 한 글자만 바꾸고 동일한 직원이 같은 자리에서 근무하더라도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행정적으로도 명칭이 같으면 사업자 등록을 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상호를 바꾸는 것”이라며 “계약서 쓸 때는 해당 중개사가 오긴 할 테니까 현행법을 피해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로운 대표가 자격증만을 대여해준 경우에는 처벌이 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개사를 계속 교체하면서 영업을 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격증 대여의 경우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및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세입자들이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부동산중개업소를 피하기 위해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해당 업소의 행정처분 여부를 확인한 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