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는 문·이과 통합, 대입은 문·이과 분리…간극 줄여야”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17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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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28학년도에 적용될 대입제도 개편안을 올 상반기까지 준비 중인 가운데, 대학과 고교 현장에선 문·이과가 구분된 대입과 통합된 고교 교육과정 간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진 서강대 책임입학사정관은 17일 오후 서강대에서 열린 ‘제3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공개토론회(포럼)’에 참석해 “대학 자연계열 지원 조건으로 과학탐구와 미적분·기하가 필수 조건이라는 건 모든 교육계 관계자가 알고 있다”며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맞지 않다고도 볼 수 있는 이 문제가 있다는 게 가장 불편한 부분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엔 문·이과가 없어 교차지원 표현은 맞지 않다”며 “고교 현실 자체가 (문·이과를) 나눠서 준비할 수밖에 없는데 그 학생들을 교차지원이란 이름으로 몰아넣는 게 아닌가. 미적분과 과학탐구 응시생들이 무조건 이과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최서희 중동고 교사는 “문·이과 통합이라고 얘기하지만 학생들은 대학에서 요구하고 권장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과 희망 학생은 사회 과목을, 의대 희망 학생은 과학 과목을 선택해 듣는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내신이 따로 노는 그 간극을 어떻게 메꿔나갈 건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수능 선택과목인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를 모든 학생이 듣도록 편성하면 학교에 민원 전화가 온다”며 “수능 선택과목은 학교에서도 무조건 선택으로 개설해야 하는가,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은 과목도 학교 수업을 들어야 하는가 등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현행 수능은 2년 전부터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고 있다.

그런데 대학 입시에선 자연계열 학과 지원에 수학 미적분·기하와 과학탐구 응시를 자격으로 내걸며 사실상 문·이과를 구분하고 있다. 고교 교육과정은 문·이과 통합이지만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문과와 이과로 나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이과생들이 선택과목 간 유·불리를 활용해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교차지원, 이른바 ‘문과침공’ 현상이 관측되면서 통합형 수능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2024학년도 대입부터 선택과목 자격 제한을 모두 풀기로 한 서강대는 이 같은 방식이 실질적인 문·이과 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강 입학사정관은 “이런 대학이 많아지면 수학 잘하는 학생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고, 그러면 ‘확률과 통계’의 공통과목 평균이 올라가 미적분·기하 간 격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대학이 이런 식으로 학생의 지원 양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문·이과가 구분돼 있단 인식을 바꾸는 게 먼저란 지적도 나온다.

2021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을 지낸 민찬홍 한양대 교수는 ‘문과침공’ 현상에 대해 “미적분이 유리하면 학생들은 경쟁을 위해 몰릴 수밖에 없고, 정치학·경제학을 공부할 학생들도 그게 필요한 과목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며 “어떤 과목은 이과, 어떤 과목은 문과란 고정 관념을 떨쳐버릴 수 있다면 저절로 사라질 현상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전문가 포럼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2028학년도에 적용될 대입제도를 내년 2월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수능이 실제 대학과 고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보니 수능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개선 요청이 있다”며 “앞으로도 교육현장 전문가들과 깊이 협의하고 학생·학부모와 적극 소통하면서 미래인재 양성에 걸맞은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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