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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그대가 비록 음모론 신봉자일지라도

입력 2022-11-26 03:00업데이트 2022-11-2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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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리 매킨타이어 지음·노윤기 옮김/456쪽·2만2000원·위즈덤하우스
2018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는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가 열렸다. 지구는 평평하고 움직이지 않으며 지구 상층에는 거대한 돔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다. 이곳에 보스턴대 철학과 과학사 센터 연구원인 저자도 참석했다. 약 20년간 과학 부정론자들과 소통하는 법을 연구한 저자가 문득 자신이 이들과 대면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모험을 시도했던 것이다.

책은 저자가 평평한 지구론자, 기후변화 부정론자, 백신 거부자 등 과학 부정론자들의 마음을 얻으려 고군분투한 과정을 따라간다.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서의 48시간은 지난했다. 저자는 회원들에게 “구체적인 증거가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들은 증거를 토대로 한 과학적 논쟁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저자는 이내 그들이 지키려는 것은 자기 정체성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과학 부정론자들 대다수가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상적인 세계에서 소외받는 자신을 지키고자 사회의 순리나 이론을 부정하며 음모론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결국 그는 회원 중 어느 누구도 전향시키지 못했다. 그는 “당연한 결과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였어야 했다. 한 번 이상 만났어야 했고 더 많이 어울렸어야 했다”고 말한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새로운 대화를 시도했다. 대상은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진 40년 지기 테드였다.

테드와의 대화 또한 지지부진했다. 테드는 “GMO는 침입종이나 다름없다”며 윤리적인 이유와 장기적으로 안전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저자는 집요하게 반론을 제기했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의 우정은 변함없을 것”이라는 메시지 또한 놓지 않았다. 대화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주목할 만한 건 저자가 제자리걸음인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 하자 그때서야 테드가 “좋은 지적이었어.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저자는 공감과 존중, 경청이야말로 서로의 믿음을 바꿀 수 있는 길이란 것을 깨닫는다. 그는 “사람의 신념은 사실관계의 판단으로만 형성되기보다 다양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다. 배려가 가득한 자세로 그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이 의심이 가득한 시대에 서로를 구해줄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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