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매체, 유족 동의없이 희생자 명단 공개… 與 “2차 가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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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명단 공개 주장해온 민주
“바란 유족 많을것… 동의 선행돼야”
與 “민주당도 공범” 정의당 “참담”

진보 성향의 인터넷 매체가 14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국민의힘은 “2차 가해”라고 반발했고, 정의당은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한 매체는 이날 ‘이태원 희생자, 당신들의 이름을 이제야 부릅니다’라는 제목 아래 사망자 명단이 적힌 포스터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매체는 이날 밤 일부 희생자 이름을 ‘김○○’ 등 익명으로 바꿨다. 이들은 명단을 공개하면서 “원치 않는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달라”고 했었다.

매체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제보로 명단을 입수했지만 제보자 신원 등 관련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언론이 희생자 이름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공개했다”고 말했다. 매체 측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명단을 전달했고, 사제단도 이날 오후 7시 추모 미사에서 명단을 공개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차 가해도 언론의 자유로 보장해줘야 하느냐. 이건 자유의 영역이 아닌 폭력이고 유족의 권리마저 빼앗은 무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유족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무단 공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희생자 명단 공개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먼저 나설 것이 아니라 유가족이 결정할 문제”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유족의 권리와 입장을 고려해 명단 공개를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간 희생자 명단 공개를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희생자 명단과 사진이 공개돼 제대로 된 추모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가진 유가족이 상당수 있을 걸로 생각한다”면서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유가족 동의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동의 없이 이런 명단들이 공개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 박 수석대변인은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라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를 설계했던 것은 민주당”이라며 “지금은 온라인 매체 뒤에 숨어 방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도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한 유족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개되면 가족을 잃은 분들의 마음이 어떨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도 안 되는 행동”이라고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인터넷 매체#희생자 명단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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