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술이 열어갈 민간주도성장 시대 [기고/민병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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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얼마 전 항공기 엔진 제조 전문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기술을 이전받을 기업으로 선정됐다. 국가 주도로 개발한 로켓 기술을 민간 기업이 가져가서 발전시킨다면 급성장 중인 우주 산업 생태계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할 몫도 커질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고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이 떠오른 것처럼, 이제는 국내에서도 민간 주도 우주 산업 육성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술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중소중견기업이라면, 국가가 개발해 놓은 공공 기술을 가져다 쓰는 것이 시간이나 비용을 절약하는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국내 공공 연구기관 281곳을 대상으로 기술이전 사업화 실적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는 꽤 의미 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공공 연구기관이 민간 기업에 이전한 기술은 1만5383건이었다. 이는 직전 최대 기록이었던 전년보다 22.2% 급증한 것이다. 같은 해 신규 개발된 기술 건수 대비 이전된 기술의 비율은 40.9%로 실태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술이전 실적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요인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 연구기관 내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전담하는 조직의 전문성을 보강하여 기업을 도운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수요자인 민간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기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친 점도 눈에 띈다.

연세대는 이전된 기술이 실제 사업화될 수 있게 시제품 제작과 비즈니스 컨설팅 같은 추가 지원을 병행하면서 기술이전 건수가 전년 대비 67% 늘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교수들의 창업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등 연구실 창업을 장려하여 전년 대비 3배나 많은 기술이전을 성사시켰다. 특히 이전된 기술 중 79.5%는 창업 중소기업에 돌아갔다. 이는 작은 기업의 기술 혁신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국가 기술이 기여하고 있다는 증거다.

정부는 지난 20년간 국가 지원으로 연구실과 실험실에서 태어난 기술이 필요한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 시장에서 빛을 볼 수 있도록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업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 왔다. 앞으로도 정부의 역할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민간의 자유와 창의가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공공기술의 민간 이전은 민간 주도 성장 시대를 열어가는 데 있어서 훌륭한 촉매제이자 성장 촉진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올해 말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할 ‘제8차 기술이전 사업화 촉진 계획’에는 공공기술 기반의 창업 활성화를 유도하고 기술거래 제도를 기업 친화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이 담긴다. 국가 기술의 시장 가치를 키워 나가기 위해서다. 앞으로 민간과 공공의 아름다운 기술 협업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공공기술#민간주도성장#민간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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