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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감사원 文 전 대통령 조사, 국감 앞두고 서두를 일이었나

입력 2022-10-04 00:00업데이트 2022-10-0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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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03.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8일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사실이 그제 밝혀졌다. 감사원은 서면질의서를 전달하겠다고 했다가 거부당하자 이메일로 보냈지만 문 전 대통령 측은 이메일을 반송했다. 국감을 앞두고 막말 논란으로 대치 중이던 여야는 이번 일로 더 깊은 갈등에 빠져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벌여온 그 모든 소란의 최종 종착지가 문 전 대통령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감사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여당은 “전직 대통령이라고 사법·감사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며 문 전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경제위기 대응 등을 위한 여야의 협력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감사원은 원칙적으로 징계를 전제로 현직 공무원을 감사하는 기관이다. 전직 공무원은 일종의 참고인 신분이어서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감사에 응할 의무가 없다. 감사원이 강제조사를 할 수도 없다. 감사원이 어제 공개한 대로 문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민주화 이후 전직 대통령 6명 중 4명이 퇴임 뒤 감사원의 조사 통보를 받았다. 그 가운데 절반은 질의서 수령을 거부할 정도로 실익이 낮다.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조사도 마무리하지 않고, 전직 대통령 조사를 시도한 것은 조사의 기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감사원 조사의 경우 종결 및 보고서 공개 여부는 감사위원회의 권한이다. 그런데 감사위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국감 전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종적으로는 감사위원들이 “정쟁 소지가 높은 사안”이라며 반대해 무산됐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든, 중간조사 결과 발표든 굳이 서두를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명확한 진상규명이 필요하지만,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게 되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조사가 투명하고 상식적인 절차로 진행돼야 한다. 나아가 파편적 자료가 아닌 전체적인 팩트로 진위를 가려야 문제의 재발을 막고, 피해자의 명예도 온전히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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