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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창업 강국 이스라엘의 비결은 軍에 있다[Monday DBR/천백민]

입력 2022-10-03 03:00업데이트 2022-10-03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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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창업 강국이다. 2022년 현재 이스라엘에는 70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있고 이 가운데 지금까지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의 수는 100여 개에 이른다. 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어떻게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강국이 될 수 있었을까. 해답은 이스라엘의 군대 제도와 문화에 있다.

이스라엘의 모든 젊은이는 입대 후 남자는 32개월, 여자는 24개월간 의무 복무를 한다. 특이한 점은 이스라엘 청소년들은 고교 졸업 후 입대를 먼저 한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군은 고교 졸업 지원자 선별 때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는다. 출신 배경도 묻지 않는다. 입대 대상자가 어떤 기술을 익혔는지 확인한 후 이들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뿐이다. 예비군을 지역 단위로 편성하는 게 아니라 복무한 부대 단위로 편성하는 점도 이스라엘 군의 특징이다. 이런 제도적 특징으로 인해 군대에서 만난 전우는 평생을 함께할 네트워크가 된다. 이스라엘 군은 다른 나라 군대에 비해 지휘관급 직업 군인의 비율이 상당히 낮다. 이 때문에 신병이어도 계급과 관계없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기회가 생긴다. 이스라엘 군에선 선임을 계급이 아닌 이름으로 부른다. 수평적 관계를 형성해 자율적인 의사소통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윗사람만이 지시를 내리는 게 아니라 서로 의논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런 경험은 향후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회사에서도 거리낌 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창업해 사장이 됐을 때도 다양성을 높이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특히 어느 부대 출신인지가 향후 커리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스타트업 창업에 유리한 부대들도 있다. 대표적인 부대가 ‘탈피오트’와 ‘8200부대’다. 탈피오트는 히브리어로 ‘견고한 산성’ 또는 ‘높은 포탑’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탈피오트는 1973년 이집트의 공격으로 시작된 ‘욤 키푸르 전쟁(4차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방위 체계의 취약점을 발견하면서 창설됐다. 탈피오트 후보생이 되면 군대에서 9년을 보낸다. 3년간 히브리대에서 학위 공부를 하고 교육 과정을 마치면 수학, 물리학, 컴퓨터공학의 학사 학위를 받는다. 이후 6년의 군 생활을 더 하는데, 탈피오트 사관후보생들은 히브리대 재학 중 틈틈이 부대에 파견돼 현장에서 군영 체험을 하며 다양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경험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 돔’도 탈피오트 사관후보생의 아이디어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피오트 인기의 비결은 제대 후의 성공과 네트워크에서 찾을 수 있다. 탈피오트 부대를 나오는 순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이들을 서로 데려가려고 줄을 선다. 통신과 컴퓨터 부문 최고 기업들 중 일부는 ‘탈피오트 출신만 채용한다’고 공고를 내기도 한다.

탈피오트와 쌍벽을 이루는 부대는 8200부대다. 8200부대는 이스라엘의 대표적 정보 부대다. 사이버 전쟁을 담당하는 선봉 부대이면서 최강의 엘리트 집단이다. 8200부대에 입대하면 첨단 컴퓨터, 통신, 보안 기술을 교육받아 전역 후 창업을 하는 기반 기술을 갖추게 된다. 이스라엘은 사이버 보안 산업에서 명실공히 1위 국가인데 이런 명성과 업적은 8200부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8200부대 출신이 설립한 기업이 1000개가 넘는다. 가장 대표적 기업으로는 포천 100대 기업이 사용하는 보안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체크포인트(Checkpoint)’다. 체크포인트는 올해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160억 달러에 달하는 대표적인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수평적 문화,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이끄는 분위기, 다양한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도록 하는 권한 부여 등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기본적인 토양이라는 점을 이스라엘 사례는 잘 보여준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53호(2022년 9월 2호)에 게재된 ‘엘리트 군대 경험이 스타트업 창업 밑거름’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천백민 상명대 지능·데이터융합학부 조교수 bmchun@smu.ac.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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