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냐 아파트냐’로 갈린 판결…대법, 여학생 추행 사건 원심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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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9월 29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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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된 상가 1층에서 강제 추행을 저질렀더라도 ‘주거침입 강제추행죄’로 가중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일반인이 제한 없이 드나드는 영업장소에 외형상 문제없는 방식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침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주거침입 강제추행죄, 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등)과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은 A 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주거침입 강제추행죄’ 중 ‘주거침입’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A 씨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상가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으니 ‘주거침입’이나 ‘건조물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것.

이는 1992년 12월 11일 부산에서 일어난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에 대해 올 3월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하면서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해쳐져야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고 한 법리에 따른 판단이다.

다만 대법원은 A 씨가 아파트를 쫓아가 저지른 범행에 대해서는 그대로 ‘주거침입 강제추행’ 유죄를 인정했다.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은 내부의 엘리베이터나 계단, 복도 등 공용 부분도 거주자의 평온을 위해 보호해야 하므로 영업장소에서와 달리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한 PC방에서 B 양(당시 17세)의 다리 부위를 촬영하고 홀로 음란 행위를 했다. 1시간 뒤에는 귀가하는 B 양의 아파트 1층 계단을 오르는 틈에 강제 추행했다.

A 씨는 B 양 외에도 인근 상가 1층에서 C 양(16세), 다른 아파트 1층에선 D 양(17세)을 비슷한 방식으로 추행했다.

1심과 2심은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 8개월을 선고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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