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핵항모 거리 맞춰… 北, 핵시설 있는 태천서 미사일 도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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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BM 동해 발사, 이스칸데르 추정
한미 연합훈련 하루 앞 무력시위
대통령실-美국무부 “안보리 위반”

북한이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이 동원되는 한미 해상 연합훈련을 하루 앞둔 25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도발에 나섰다. 특히 북한의 비밀 핵시설이 있는 곳으로 알려진 평안북도 태천에서 처음으로 미사일을 쐈다. 연합훈련을 통해 북한에 핵 도발에 나서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장을 날리고 있는 한미를 겨냥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사일 발사 후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이번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라고 비판했다. 미국 국무부도 25일(현지 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주변 국가 및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29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한국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53분경 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1발을 쐈다.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고도 60km로 약 600km를 비행했고 속도는 음속의 5배(마하 5)로 탐지됐다. 군은 이 미사일 기종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미국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CVN-76·10만3000t) 등 미 항모강습단이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지 이틀 만이다. 태천에서 부산까지는 약 600km 떨어져 있다.

北, 한미훈련 동해에 미사일… 신포서 SLBM 발사 준비도 포착


北, 112일만에 탄도미사일 발사

‘선제 핵사용’ 법제화뒤 첫 도발
軍 “변칙기동 궤적 이스칸데르 추정”
美항모등 훈련 트집… 추가도발 우려
美해리스 29일 방한… 북핵대처 논의




북한이 112일 만에 무력 도발에 나섰다. 26∼29일 한국작전구역(KTO)에서 5년 만에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앞두고 25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쏘아 올린 것. 핵추진 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 등이 포함된 이번 미 항모강습단 전개를 명분 삼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긴장 조성의 책임을 한미에 떠넘기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및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도발이 북한의 전술핵 선제 사용을 공식화한 핵무력 정책 법제화 발표 이후 첫 탄도미사일 발사임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 ‘전술핵 투발수단’ KN-23, 변칙 기동
KN-23
KN-23
군은 25일 평안북도 태천에서 동해로 발사된 SRBM 1발을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보고 있다. ‘대남(對南) 타격 3종 무기’ 중 하나인 KN-23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 궤적으로 비행하다 하강 단계에서 급상승하는 변칙 기동(pullup) 특성을 보여 요격이 까다롭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도 한미 탐지 자산에 변칙 기동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SRBM 발사 준비를 지속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SRBM 미사일 발사 준비는 이미 지난달 마무리돼 있었다”고 했다. 발사 준비를 끝내 놓고 발사대를 세우는 등 기만 행위를 지속하다 이번 미 전략자산의 전개 시점에 맞춰 도발을 재개했다는 것.

북한 입장에선 한미가 앞서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열고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에도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에 합의했다고 밝힌 이후 처음으로 미 전략자산이 전개됐다는 측면에서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이날 한미 연합 해상훈련 일정을 공개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형태의 미사일 도발도 무력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 연합 해상훈련 기간 중 SLBM 도발 가능성
한미 정보당국은 연합 해상훈련 기간 중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준비 동향이 포착됐다. 대통령실은 23일(현지 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공군 1호기 안에서 SLBM 등 북한의 도발 징후와 동태를 보고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중국은 2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한다. 한미의 동해 연합해상 훈련 기간에 이뤄져 맞불 성격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방한 예정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29일 윤 대통령을 예방하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현지 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방한은 북한 위협에 맞서 한국의 동맹과 연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북한#srbm#태천#한미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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