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탄소 제로’ 위해 도쿄에 ‘H2’ 버스 집중 투입… 제철에도 수소 활용[글로벌 현장을 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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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시내버스가 일본 도쿄 도요스지구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충전하고 있다. 도쿄에서는 2020 도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도입된 수소버스 70여 대가 도심 곳곳을 누비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수소 시내버스가 일본 도쿄 도요스지구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충전하고 있다. 도쿄에서는 2020 도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도입된 수소버스 70여 대가 도심 곳곳을 누비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19일 일본 도쿄 도요스지구(地區)를 찾았다. 도쿄 도심과 오다이바를 잇는 레인보브리지가 한눈에 보이는 인공섬이다. 이곳에는 지난해 도시가스업체 도쿄가스가 세운 수소충전소가 있다. 기자가 충전소를 찾았을 때 수소버스 1대가 충전하고 있었다. 충전소 옆 바닷가 공원에서 만난 이와모토 씨(25)는 “수소버스는 길거리에서 흔히 봐서 익숙하다. 수소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뭔가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2017년 12월 ‘수소기본전략’을 세운 일본 정부는 ‘2050년 수소사회 실현’을 장기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초기 단계지만 수소 에너지 도입을 통한 탄소 절감, 에너지 공급 다각화 등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철강을 비롯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탈(脫)탄소를 목표로 수소를 도입해 일본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많이 받고 있다. 태양광으로 발전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실험도 본격적으로 착수하며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일본 ‘수소 사회’ 실험 현장을 찾았다.
‘올림픽=수소’, 실험 중심지로

오다이바 도요스 같은 도쿄만(灣) 인공섬 지역은 도쿄 수소 실험 중심지다. 지난해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선수촌과 수영장을 비롯한 주요 경기장이 있던 곳이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수소 연료 성화(聖火)’를 선보인 일본은 인공섬 지역에 수소충전소 2곳을 설치하고 선수촌아파트에는 수소로 생산한 전기를 공급해 ‘도쿄올림픽=수소’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도쿄에서 수소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단연 버스다. 도쿄 교통국이 운영하는 공영버스 1488대 중 71대가 수소버스다. 이 중 올 2월 일본 최대 금융그룹 미쓰비시파이낸셜에서 기증한 수소버스는 도쿄 최대 전시장 도쿄빅사이트와 도쿄역을 오가는 노선에 투입됐다. 수소를 의미하는 ‘H2’가 선명히 찍힌 검정 수소버스는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 수소 홍보 매체로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도쿄 공영버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에 지나지 않지만 수소버스가 집중 투입된 도심 노선 주변에서는 일반 버스 못잖게 접할 수 있다. 일본 대표 수소승용차로 꼽히는 도요타 ‘미라이’가 지난해 일본에서 2450대밖에 판매되지 않아 존재감이 미미한 것과 비교하면 대중교통으로서는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도쿄도(都)는 올해 예산에 수소버스 구입보조금으로 76억 엔(약 750억 원)을 책정하며 수소버스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시민들 반응은 좋다. 도쿄 신바시역 앞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스즈키 씨는 “수소버스를 골라서 탈 수는 없지만 환경을 위해서라도 많이 보급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설치된 수소충전소 수로는 한국(167곳)이 일본(159곳)을 앞서지만 수도권만 놓고 보면 도쿄 및 인근 3개 현(59곳)이 서울과 경기(20곳)보다 많다. 또 한국 수도권 수소충전소는 서울 여의도 국회 충전소를 제외하면 대부분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곽에 있는 것과 달리 도쿄에서는 도심 곳곳에 수소충전소가 보인다.

한국에서는 충전을 위해 서너 시간 기다리는 충전소가 있을 정도로 수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수소승용차 보급률이 0.1% 미만인 일본은 기존 충전소만으로도 충전에 어려움이 없다. 기자가 19일 오전 방문한 도쿄 도요스 오다이바 오이 충전소 3곳에서 수소버스 이외에 충전하러 온 승용차를 비롯한 일반 차량은 1대도 없었다.
태양광 수소 전환 실증실험
일본 후쿠시마현 나미에정 ‘후쿠시마 수소에너지 연구 필드(FH2R)’의 수소 저장 탱크. 2011년 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11km 떨어져 있다. 나미에=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후쿠시마현 나미에정 ‘후쿠시마 수소에너지 연구 필드(FH2R)’의 수소 저장 탱크. 2011년 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11km 떨어져 있다. 나미에=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011년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상처가 남은 후쿠시마에서는 지역 경제 활로 모색을 위해 수소 보급을 활용하고 있다.

11년 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북쪽으로 11km 정도 떨어진 후쿠시마현 나미에정(町)에는 거대한 흰색 원통형 탱크가 늘어서 있다. 바다가 보이는 넓은 터에는 태양광 패널이 들어섰다. 일본 정부가 2020년 문을 연 ‘후쿠시마 수소에너지 연구 필드(FH2R)’다.

면적 18만 m²인 FH2R에서는 태양광으로 발전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든 수소를 이 탱크들에 보관한다. 고바야시 나오키 나미에정 산업진흥과 계장은 “수소승용차 충전을 18만 회 할 수 있는 수준인 연간 수소 900t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소 생산을 위해서만 태양광 발전을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태양광 전기를 공급하되 야간이나 비가 올 때같이 태양광 발전을 활용할 수 없는 경우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위해 저장한 수소를 쓴다.

나미에정 수소 설비는 당초 도호쿠전력 원전 건설용 부지에 건립됐다. 여기서 생산한 수소는 인근 마을 난방용 연료전지 충전이나 수소차 충전 등에 사용된다.

올 5월에는 이동식 수소충전차량이 도입돼 후쿠시마현 도시가스 사업자 아폴로그룹이 주 3회 수소차 충전 영업을 하고 있다. 아폴로그룹 측은 “도시가스 프로판가스는 가까운 미래에 수소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행 투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증사업으로 진행되는 수준이라 아직은 안전성 확보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제성과 채산성 확보까지 가야 할 길은 멀다.
수소로 제철(製鐵)까지 추진
일본 산업계에서 수소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철강업계다. 일본 탄소 배출량의 40%가 제철소 같은 철강 생산시설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수소 제철’은 탄소 제로(0) 실현의 핵심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 일본 등이 개발하고 있는 수소 환원 제철이다. 철광석에서 순수한 철을 뽑아낼 때 지금은 석탄으로 불을 때지만 앞으로는 수소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석탄을 쓰면 철강 1t을 만드는 데 이산화탄소 2t이 발생하지만 수소를 쓰면 물만 나올 뿐 탄소는 배출되지 않는다.

일본 3대 철강회사인 일본제철 JFE스틸 고베제강은 지난해 12월 ‘수소 제철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소 제철기술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업계 순위 각각 1, 2위인 일본제철 JFE스틸은 전기로(爐)에서 수소로만 철을 생산하는 직접 수소 환원 실용화를 목표로 이르면 2024년 시험 생산에 나선다. 일본 철강업계 관계자는 “각 회사가 개별적으로 대응하면 해외 경쟁에 한계가 있다. 설비와 인력 효율성을 추구하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연합이 필요하다”고 컨소시엄 구성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조 엔(약 20조 원) 규모의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NEDO)를 창설해 철강업계의 수소 제철 개발을 위해 1935억 엔(약 1조9000억 원)을 투입한다.

일본은 지난해 세계 첫 액화수소운반선 시험 운항도 했다. 생산 운반 활용을 망라한 수소 활용망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올 4월 고베항(港)에서 액화수소운반선을 시찰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수소 사회 구축이 탄소 제로 열쇠”라며 “수소 활용을 향후 클린에너지 정책 기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수소#탄소제로#실증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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