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보위협 M&A 차단”… 中과 거래 韓기업, 美투자 중단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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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메이드 인 아메리카’ 압박]
M&A도 규제… 몰아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바이든, ‘안보 심사’ 행정명령 서명
中과 연관된 한국 등 외국기업의 美 첨단기업 인수합병 차단 가능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이어 압박… 中견제 명분 동맹국 이익침해 우려

오토쇼 행사장에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미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22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이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 뒤편에 ‘미국에서 만든 
미래(A FUTURE MADE IN AMERICA)’라는 슬로건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첨단 산업 관련 법안과 행정명령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도 “동맹국의 이익을 침해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트로이트=AP 뉴시스
오토쇼 행사장에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미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22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이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 뒤편에 ‘미국에서 만든 미래(A FUTURE MADE IN AMERICA)’라는 슬로건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첨단 산업 관련 법안과 행정명령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도 “동맹국의 이익을 침해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트로이트=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중국과 관련 있는 한국 등 외국 기업들이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미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이 미국 국가안보와 기술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면 M&A를 중단시킬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 제조업 패권을 강화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BBC(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 등 동맹국들의 추격마저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 바이오 분야에서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법안과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해 동맹국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전방위로 본격화하면서 한국 산업에 대한 피해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에 대해 모든 국가안보 위험을 심사하도록 의무화하는 ‘진화하는 국가안보 위험에 대한 심사 보장’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미국 대통령이) 외국인 투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행정명령은 반도체와 청정에너지, 바이오 제조를 비롯해 AI,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외국인이 미국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시도하면 안보와 기술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해당 외국인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제3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의 견제 대상인 중국과 관련 있다는 이유로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M&A 거래를 무산시킬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도 중국 투자에 대한 자체 심사를 강화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BBC 산업 등 핵심 분야에 대한 한중 간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번 행정명령이 중국과 긴밀한 거래 관계를 맺는 기업까지 규제한다는 방침으로 읽힐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중국과 사업하는 기업이 미국에서 M&A를 시도할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최악의 경우 (제한 대상을) 거래를 주고받거나 중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경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한다면 가장 강력한 제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BC산업 등 인수합병 제한


美 “AI-양자컴퓨터 등 M&A땐 안보-기술경쟁력 영향 분석 필수”
韓정부에도 中투자 심사 강화 요구… 삼성전자-SK등 中거래 기업 긴장
바이든 “반도체-스마트폰도 美 생산”… 한국 첨단산업 전반 피해 우려 커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이 15일 서명한 외국인 투자 제한 행정명령은 첨단 산업에서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인수합병(M&A)이 미국의 국가안보뿐 아니라 기술경쟁력 유지에 걸림돌이 되면 M&A를 차단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 국가안보 앞세워 기술격차 추격 원천 차단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미국 투자와 관련된 외국인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제3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중국 등 적대국이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을 통해 미국 기술을 빼낼 가능성이 있는지 심사해 한국 등 외국인의 투자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 기업을 인수하려는 외국 기업을 통해 중국 등이 미국인의 데이터나 사이버 보안에 접근할 수 있는지 분석해 거래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들과 적대국의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투자 심사 체계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해왔다”며 “이번 행정명령은 이 같은 협의를 지속하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이번 행정명령의 이행을 요구하겠다고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이번 행정명령으로 중국과 지분 투자나 거래를 맺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중국 투자에 대해서도 자체 심사를 강화하도록 요구할 방침이어서 반도체와 바이오 등 핵심 분야에서 미국 투자와 무관한 한중 기업 간 M&A에 대해 CFIUS가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CFIUS는 지난해 중국 사모펀드가 한국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에 나서자 정밀 조사를 통해 매각을 불허한 바 있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앞으로 CFIUS가 기업 M&A를 심사할 때 ‘관련 해외 자본이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제3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한 대목에 주목했다. 중국과의 어떠한 연관성도 빌미가 돼 한국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를 추진하는 데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 바이든, 표심 의식해 韓산업 피해도 불사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열세로 평가되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동맹국의 이익 침해도 불사하겠다는 자국 우선주의를 노골화하면서 한국 첨단 산업 전반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2022 북미 오토쇼’에 참석해 “미국이 자동차의 미래를 장악할 것이다. 미국 제조업이 돌아왔고 미국이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발명한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과 세탁기, 자동차를 들여오기 위해 외국의 힘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차별을 명시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한국 기업의 중국 반도체 공장 투자를 제한할 수도 있는 반도체·과학법을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의 성과로 거듭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이날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회의를 열고 미국 내 바이오 제조·생산 확대를 위해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의약품과 생명공학 분야는 물론이고 국방, 에너지, 농업 등 바이오 산업 전 분야에서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의약품 위탁생산이 축소될 수도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성명을 내고 “정부가 바이오 업계 보호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바이든#메이드 인 아메리카#m&a#미국 우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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