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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집밥 요리 배우며 외로움도 달래요”

입력 2022-08-17 03:00업데이트 2022-08-17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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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1인가구 ‘행복한 밥상’ 교실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성민종합사회복지관. 서울시가 중장년 1인 가구의 식생활 개선을 위해 운영 중인 프로그램 ‘행복한 밥상’에서 50, 60대 참가자들이 육개장 요리법을 배우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성민종합사회복지관. 50, 60대 남성 6명이 단체로 앞치마를 두른 채 요리 삼매경에 빠져 있다. 이날 메뉴는 육개장.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다 같이 무, 파, 고사리를 썰고 양념도 만드는 손놀림이 익숙했다. 중장년 남성들이 서울시가 운영 중인 ‘중장년 1인가구 소셜다이닝-행복한 밥상’ 수업에 참여한 모습이다.

‘행복한 밥상’은 관악구를 포함해 서울의 10개 자치구에서 서울시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중장년 1인가구 맞춤형 요리교실이다.
○ 중장년 1인가구 위한 ‘행복한 밥상’

수업은 3월부터 12월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매주 진행된다. 참가비는 무료다.

서울시에 따르면 중장년 1인가구는 편의점 간편식 등을 사 먹거나 불규칙한 식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시는 이 점에 착안해 건강한 식재료로 집밥을 요리해 먹으면서 건강을 관리하고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참가자 장인국 씨(60)는 “고시원에 혼자 살고 있는데 직접 요리를 해보고 싶어 신청했다”며 “봄부터 수업을 들어서 그런지 이제 요리가 손에 익었다”고 했다.

수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료다. 보통 1인가구 상차림이면 재료가 적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날 수업에는 소고기와 버섯 등 일반 가정에서 육개장을 만들 때보다 재료가 훨씬 넉넉했다.

장 씨는 “항상 건강한 재료가 푸짐하게 준비돼 있어 좋다”며 “여기서 만든 음식을 집에 가져가는데, 한 번 가져가면 세 끼 정도 먹는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반찬을 만드는 날은 가져간 반찬을 일주일 내내 먹을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수업을 지켜본 백영자 서울시 1인가구특별대책추진단 질병대책팀장은 “6월에 처음 참관했을 때만 해도 요리 속도가 빠르지 않았는데 오늘 와보니 다들 수준급의 칼질을 한다”며 놀라워했다.
○ “함께하는 요리시간만 기다려”
참가자들의 외로움을 달래는 것 역시 이 프로그램의 주목적 중 하나다.

프로그램 이름이 ‘소셜다이닝’인 만큼 당초 사업을 계획했을 때는 요리가 끝나면 함께 식사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식사가 어려워지면서 ‘2인 1조’로 요리를 하고 요리가 끝난 후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있다.

김정윤 성민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참가자 중에는 건강상의 어려움 등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홀로 보내는 분들도 계시다”며 “일주일 동안 이날만 기다린다는 분도 있다”고 했다.

봄부터 만난 사이라 지금은 참가자들끼리 어색함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 맵기 정도를 옆 사람과 의논하기도 하고, 다른 조 음식을 맛보면서 “우리가 만든 게 더 맛있다”며 웃기도 하며 서로 친근감을 보였다. 신모 씨(57)는 “집에 혼자 있으면 많이 외로운데 여기 오면 또래들과 함께 요리하면서 수다를 떨 수 있어 훨씬 낫다”고 말했다.

김 복지사는 “인기가 좋아 대기 인원까지 생겼다”며 “앞으로도 서울시가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늘려 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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