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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인기 상위 50개 단지도 1년새 거래 70% 줄었다

입력 2022-08-02 03:00업데이트 2022-08-02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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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난민’ 커지는 불안]
총액 상위 50곳 상반기 518건 거래… 작년 1609건의 32% 수준 그쳐
서울 2030 ‘영끌’ 매수도 반토막, 매수심리 위축… 주택거래 ‘빙하기’
주택거래 뚝… 부동산엔 ‘급매매’ 안내문 1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급매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매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부동산 시장이 거래 ‘절벽’을 넘어 ‘빙하기’로 향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매물이 쌓이면서 호가도 수천만 원 떨어졌는데, 정작 살 사람이 없네요.”(상계동 공인중개사)

지난달 27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상가 거리. 공인중개사무소가 몰린 이곳은 인적이 드물었다. 2030세대 패닉바잉(공황구매)이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만 해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한 사람)들로 북적였던 곳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신혼부부들이 가끔 찾아오지만 대출 이자 부담에 일단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2. 같은 날 서초구 반포동 공인중개사무소. 이곳 역시 한산했지만 상계동과는 달랐다. 한강과 가까운 역세권 신축 단지를 찾는 문의가 한두 건씩 이어졌다.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날 두 팀한테 집을 보여줬는데, 여전히 최고가로 계약이 체결돼 집주인들이 좀처럼 가격을 안 내리려 한다”며 “다주택자도 급할 게 없으니 호가를 안 내리고 보유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 급등과 경기 침체 우려로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인기 단지로 꼽히는 ‘전국 상위 50개 아파트 단지’ 거래까지 급감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거래 절벽’을 넘어 ‘거래 빙하기’에 돌입했다. 급매만 팔리며 전반적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서울 강남권 ‘똘똘한 한 채’ 수요는 여전해 집값 양극화가 더 심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동아일보가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신고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전국 집값 총액 상위 50개 단지(KB부동산 리브온 집계 기준)의 올해 1∼6월 거래량은 518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609건)에 비해 70% 가까이 줄어든 수준이다. 이들 단지의 매매가격 역시 7월 들어 2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0.24%)로 돌아섰다.


지난해 집값 급등을 이끌었던 젊은층 ‘영끌’ 매수도 급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6월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24.8%로 2019년 통계 집계 이래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7월(44.8%)의 절반 수준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이 가파르고 높은 집값에 대한 피로감도 커서 당분간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연말로 갈수록 거래 절벽도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포항 84㎡ 1억 낮춰도 안팔려… 서초구선 최고가 등장에 매물 거둬


〈하〉‘거래 빙하기’ 매매시장 르포
고금리에 수도권 외곽 등 시장 급랭… 의왕 매물 작년말보다 25% 늘어
강남권 일부 매물 쌓이고 하락거래… ‘똘똘한 한채’ 수요는 계속 이어져
서울 강북 영끌족 집 안팔고 버티기… 4300채 단지 두달새 거래 2건뿐


“지난해 30평대 아파트를 21억 원에 샀던 분이 최근 20억 원에 내놨어요. 금리 오르는 게 무서워 던지는 매물이죠. 그런데도 안 팔려요. 가격을 더 낮춰야 해요.”(서울 송파구 가락동 공인중개사무소)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9500채가 넘는 대단지인 이곳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여름 휴가철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사람들의 발길이나 전화가 뜸했다. 올해 6∼7월 신고된 거래는 7건에 그친다. 모두 이전보다 내린 가격에 거래됐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팔겠다’는 다주택자의 갭투자 매물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 최고가-하락 거래 엇갈리는 서울 강남권
1일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2006년 통계 집계 이래 최저(18만4134건)를 나타내는 등 거래절벽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서울 강남권에서조차 지역이나 신축, 구축 여부 등에 따라 분위기가 갈린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4000만 원을 낸 다주택자가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을 노리고 매물을 내놨다”며 “세 부담에 집값 하락세가 겹치자 1억∼2억 원씩 내려 매물을 내놓는다”고 전했다.

강남4구 중 집값 상승세가 아직 꺾이지 않은 서초구는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서초구 잠원동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신축 공급이 부족해 최고가 거래가 계속 나온다”며 “일부 다주택자는 최근 종부세 완화 방안에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했다.

강남구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싸움’으로 거래가 끊겼다. 강남구 압구정동 공인중개업소는 “최고가 거래가 1, 2건 나올 뿐 급매는 없다”며 “오히려 급매 찾는 매수자만 20명이나 되는데 정작 집주인들이 가격을 안 내린다”고 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등으로 거래가 끊겨 폐업하는 중개업소만 여러 곳”이라고 전했다.
○ 다주택자 팔고, 영끌족 버티는 서울 강북권
서울 강북지역은 내년 5월까지인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으려는 다주택자 매물이 쌓이며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DMC파크뷰자이 공인중개사무소는 “(오늘) 팔아달라는 전화만 5통 받았다”며 “호가가 2억∼3억 원씩 내렸는데 매수 문의가 없다”고 했다. 4300채 규모인 이 단지에서 최근 두 달 새 거래는 2건뿐이었다.

무주택 실수요자였던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사람)들은 ‘버티기’에 들어가고 있다. 2020년 6월 서울 성동구에 전용면적 114m² 아파트를 11억 원에 매수한 이모 씨(34)는 “대출 원리금이 월 17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늘었지만 실거주하는 집이라 팔 생각이 없다”며 “생활비를 줄여 이자를 감당하려 한다”고 했다. 강북 재건축 최대어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젊은층은 ‘몸테크’(낡은 집에 살며 재건축까지 버티는 것) 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 급격히 식은 지방·수도권 외곽
지방은 일부 규제지역 해제에도 침체 분위기가 여전하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분양권 포함) 가운데 가장 거래가 많았던 경북 포항시 북구 한화포레나포항 전용 84m² 분양권 매물은 지난해 한때 프리미엄이 1억 원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최저 500만 원까지로 떨어졌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투자 목적으로 매수한 사람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 외곽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날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시군구 중 아파트 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경기 의왕시(38.9%) 매물은 1662채로 지난해 말보다 25.2% 늘었다. 인천 연수구 매물은 올해만 38.2% 증가했다.

다주택자인 김모 씨는 “올 4월쯤부터 지방 시장이 급격히 식었다”며 “지방에 8채를 내놓았는데 한 채도 팔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6월 1차 규제지역 해제는 미흡했다”며 “필요하면 연내 추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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