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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리뷰 테러 당해도 속수무책” SNS홍보 포기하는 점주들[인사이드&인사이트]

입력 2022-08-02 03:00업데이트 2022-08-0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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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음식점 악성 후기 논란… “음식서 풍뎅이” “상한 것 팔아”
도 넘은 악성 후기에 시달리고… 리뷰 관리에 업무가중 이중고
플랫폼 리뷰 파급력 커졌지만, 책임지는 작성자는 거의 없어
“점주-소비자 모두 수용 가능한 리뷰 정책-기준 마련 시급” 지적
이축복 산업2부 기자
“사람마다 음식 평가는 다를 수 있죠. 하지만 도를 넘은 악성 후기(리뷰)를 다는 손님은 점주에겐 테러리스트나 마찬가지입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숍인숍(Shop-in-shop·가게 속의 가게)’ 형태의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손모 씨(29)는 고객 리뷰가 ‘골칫거리일 뿐’이라고 했다. 손 씨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여러 상호를 내걸고 중식 등을 판다. 그런데 6월 말 한 고객이 주문한 짬뽕에 풍뎅이가 들어가 있다며 환불을 요청하는 글을 사진과 함께 리뷰 게시판에 올렸다. 주문자는 손 씨의 전화도 받지 않아 풍뎅이가 진짜로 들어간 것인지조차 파악이 어려웠다. 손 씨는 배달 앱 업체에 알렸고, 업체 측 조사 결과 해당 리뷰는 허위로 판단돼 삭제됐다. 하지만 이미 평판은 훼손된 다음이었다. 정신적 충격을 하소연할 데가 없었던 손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전에도 악성 리뷰에 시달린 적이 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중식은 팔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에서 일부 소비자의 악성 리뷰로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플랫폼 업체들은 폐해를 막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악성 리뷰에 대응하느라 영업에 쓸 힘도 안 남아날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 악성 리뷰에 멍드는 점주들

악성 리뷰 문제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 확대로 리뷰의 파급력은 막강해졌음에도 리뷰 작성자가 내용에 대한 책임은 거의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여러 플랫폼의 식당 정보에 달린 후기는 식당 이미지는 물론이고 주문 여부와도 직결된다. 식당을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데 검증 시스템은 취약하다. 누군가 악의적 목적으로 악성 리뷰를 쓰거나, ‘기분이 좋지 않아서’ 사실과 다르게 나쁜 리뷰를 쓰더라도 앱 사용자는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기 어렵다.

서울 송파구 가락수산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29)는 지난해 4월 어느 날 낮은 평점을 매긴 ‘영수증 리뷰’ 여러 개를 받았다. 영수증 리뷰를 작성하려면 구매한 영수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날은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단골손님 소수만 받은 날이었다. 박 씨는 “우리 가게 평판이 나빠지길 바라는 누군가가 영수증을 구해 고의로 남긴 악성 리뷰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박 씨는 플랫폼 업체 측에 해당 리뷰 삭제를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확인이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달 말엔 ‘서울 대형 쇼핑몰의 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상한 카레를 팔았으니 식중독 의심 증상이 있으신 분은 신고하라’는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확산됐다. 해당 점주는 “글 게시자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직원들이 확인한 결과 상한 음식이 아니었고, 고객에게도 말씀드렸다”고 해명했다. 이후 ‘상한 카레가 나왔다’는 SNS 게시글 원본은 삭제됐지만 해당 점포는 이미 적잖은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점주들은 피해를 당해도 구제받기 어렵다. 주요 플랫폼의 경우 점주는 플랫폼 측에 ‘리뷰가 권리를 침해했다’고 신고한 뒤 ‘작성자의 리뷰·게시물 게재 30일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작성자가 이의 신청을 하면 객관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게시물이 복원되는 경우가 잦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리뷰 작성자가 익명성 뒤에 숨어 나쁜 의도로 후기를 올려도 점주들은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새우튀김 갑질’ 논란 당시 리뷰 게시판과 전화로 소비자의 폭언을 들은 50대 점주가 배달 앱 측으로부터 ‘고객 기분이 좋지 않으니 주문 전체를 환불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플랫폼 업체가 소비자의 권리 침해 우려를 들며 점주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자영업자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악성 리뷰 대응 탓에 업무가 가중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 “플랫폼 허위 리뷰 대응 충분치 않다”

플랫폼 업체도 나름대로 허위 리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자영업자 사이에선 아직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영수증 리뷰’를 도입했지만 타인이 영수증을 입수해 작성한 허위 리뷰까진 막지 못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점주 요청 시 허위 의심 영수증을 모니터링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은 리뷰 작성 기간을 구매 후 7일에서 3일로 단축하고, 비속어가 포함된 리뷰는 자동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고의로 악성 후기를 남기는 ‘블랙 컨슈머’를 막지는 못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측은 “가게별 재주문율 등 객관적 지표를 고객에게 전달해 리뷰의 부정적 영향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뷰를 통한 홍보를 포기하겠다는 점주들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한모 씨(33)는 ‘별점 테러’를 받은 뒤 카카오맵에 ‘후기 미제공’을 요청했다. 카카오맵은 지난해 11월부터 점주가 ‘후기 미제공’을 선택하면 이용자들이 해당 점포에 대해 지도상 별점 매기기와 후기 작성을 할 수 없게 했다. 한 씨는 “매장 내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유했더니 지인들까지 동원해 가게를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댓글을 남기더라. 대응하자니 그냥 변명처럼 보일 것 같아 아예 후기 서비스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맵 관계자는 “불필요한 악성 후기에 대응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며 ‘후기 미제공’을 요청하는 점주가 늘고 있다”라고 했다.
○ “점주, 소비자 모두 수용 가능한 안 찾아야”
전문가들은 점주와 소비자 모두 수용 가능한 리뷰 정책과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리뷰가 소비자의 주요 판단 기준이 되는 상황에서 소비자 발언권을 보장하면서도 자영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점주들 사이에서는 점주가 리뷰 작성자를 평가할 수 있게 하자는 말도 나온다. 공유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의 경우 집주인이 이용객에 대한 후기를 작성할 수 있다. 이는 해당 이용객의 평판으로 작용해 다른 집주인이 투숙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리뷰를 두고 점주와 이용자 사이에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 리뷰를 일시적으로 비공개 처리해 상호 합의를 유도하는 방안, 하루에 작성 가능한 리뷰의 개수를 제한하는 방안, 비회원 리뷰를 제한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악성 후기를 마냥 방치하고 양질의 리뷰가 줄면 장기적으로는 이용자가 떠나게 돼 플랫폼 업체도 타격을 입게 된다”라며 “소비자들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규제 기준을 플랫폼과 자영업자 등이 함께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축복 산업2부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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