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부정선거 의혹의 결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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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2012년 대선 직후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부정선거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의혹을 키운 것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였다.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 대패한 뒤 부정선거 의혹을 확산시킨 것은 가로세로연구소 공병호TV 등 보수 유튜브들이다.

▷의혹의 중심에는 인천 연수을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민경욱 국민의힘 후보가 있다. 대법원은 그제 민 후보가 제기한 선거 무효 소송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수많은 사람의 감시하에서 원고의 주장과 같은 부정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산기술과 해킹 능력뿐만 아니라 대규모 조직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이나 원고 측은 부정선거를 실행한 주체가 누구인지조차 증명하지 못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부정선거를 실행한 주체가 중앙선관위인지 아니면 제3자인지, 제3자라면 어떤 세력인지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 후보 측은 한 통계학자의 분석을 이용해 본투표에서 민 후보와 이정미 정의당 후보가 얻은 표를 3분의 1씩 덜어 정일영 민주당 후보에게 더해 주면 사전투표 득표율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투표 개표 직후 바로 사전 투표 개표를 한다.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누가 어떻게 본투표에서 3분의 1씩 덜어내 바꿔칠 수 있는지 설명이 안 된다. 만약 개표 당일에는 숫자만 조작하고 재검표에 앞서 그 숫자에 맞춰 표를 조작한 것이라면 선관위의 총체적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신문 방송 등 언론은 대체로 대법원이 판결한 것과 비슷한 이유로 의혹에 거리를 뒀다. 유튜브만 듣는 유권자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다녔다. 이들은 그제 판결도 ‘김명수 대법원’의 판결이라며 수긍하지 않고 있다. 현 대법원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져 있긴 하지만 보수 정권이 들어선 뒤 판결이 나오고 중립으로 분류되는 천대엽 대법관이 판결의 주심을 맡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한번 현실을 부정하면 끝없이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

▷선거소송은 원고 측이 입증 책임을 지고 입증하지 못하면 진다. 원고 측이 졌다고 해서 선관위의 잘못이 없었던 것으로 되는 게 아니다. 비록 많은 수는 아니지만 배춧잎 모양이 인쇄된 투표용지는 실수 정도로 치부할 수 없다. 어떻게 나왔는지 추적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만년도장 대신 일장기 모양이 찍힌 투표용지가 1000장 이상 나온 것은 명백한 투표관리 부실이다. 책임자를 찾아 징계해야 소모적인 의혹이 반복되는 걸 피할 수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부정선거#의혹#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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