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순구]심야 택시난, 떠난 기사들 ‘유턴’이 관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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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구·산업2부
정순구·산업2부
“택시 잡기 시작한 지 1시간이 다 됐어요. 회식이 잦아서 밤에 택시 타고 귀가해야 할 일이 많은데 매일 전쟁이네요.”

21일 밤 12시 무렵 찾은 서울 강남역 대로변은 택시 호출 앱(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들로 가득했다. 30분은 기본이고, 1시간 넘게 기다려도 택시를 못 잡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기다림에 지쳐 요금이 4배나 비싼 택시를 잡거나, 근처 숙박업소에서 자고 다음 날 바로 출근하겠다는 승객까지 있었다.

최근 정부는 심야택시 승차난이 줄어들 때까지 ‘단계별’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발표한 심야시간대 탄력요금제 도입으로도 호출 성공률이 오르지 않을 경우 정책 강도를 높여가며 택시 공급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개인택시 3부제 완화, 단거리 호출 거부 원천 봉쇄, ‘타다 베이직’ 같은 승차공유 플랫폼 활성화 등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이런 정책들이 심야택시 승차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는 택시 공급을 ‘유도’하는 방안이지,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4월부터 개인택시 부제를 심야시간대에 한해 해제하고, 심야 전용택시 운행시간을 늘리며 택시 공급을 유도해 왔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배달·택배업계로 대거 이직한 기사들의 ‘컴백’ 여부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 수는 2019년 말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법인택시 가동률 역시 올해 1분기(1∼3월) 31.5%로 2019년 1분기(50.4%)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현재 법인택시 10대 중 7대는 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만난 개인택시 기사는 “하루에 12∼14시간을 일하는데 수입은 200만 원대에 그친다”며 “그나마 처우가 괜찮다고 하는 가맹 택시조차 월 수익이 300만 원 안팎”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택시 공급 유도 정책과 함께 택시 기사 처우 개선책이 뒤따라야 심야택시 승차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배달 라이더들만 봐도 택시 기사보다 적은 시간을 일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흔하다. 개인·법인 택시든 플랫폼 택시든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정책적 지원에 더해 택시 기사들의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민들의 심야시간 귀가를 책임지던 택시 기사들의 컴백은 힘들 수밖에 없다.



정순구·산업2부 기자 soon9@donga.com
#심야택시난#승차난#정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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