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곡물수출 합의 하루뒤 우크라 공격… 美 “러, 약속이행 의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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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産 밀 2000만~2500만t 묶여… 러-유엔 등 흑해 수출길 마련 합의
러, 다음날 미사일 2발 오데사 타격… 우크라 “러, 세계식량난 책임져야”
국제사회 일제히 공습 규탄 나서… 러는 “군사 기반시설 파괴” 주장

협상 타결 다음 날인 23일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주요 수출항인 오데사항을 미사일로 공격했다며 포격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화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러시아는 “군사 인프라 시설을 파괴했다”며 곡물 수출 재개 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오데사=AP 뉴시스
협상 타결 다음 날인 23일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주요 수출항인 오데사항을 미사일로 공격했다며 포격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화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러시아는 “군사 인프라 시설을 파괴했다”며 곡물 수출 재개 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오데사=AP 뉴시스
우크라이나 곡물을 흑해를 통해 안전하게 수출하자는 4자 협상이 타결된 다음 날인 23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최대 물류 거점 항구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전쟁 속에 극적으로 타결된 식량 수출 합의가 이행될지 불투명해지면서 세계적인 식량난과 함께 식량 가격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사령부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2발이 우크라이나 항구인 오데사의 기반 시설을 타격했다. 다른 2발은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밝혔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에서 “러시아 전쟁 범죄자들이 우리 항구를 열기로 합의한 게 바로 어제였는데 오늘 오데사 항구를 공격했다”며 “러시아가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세계 식량난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칼리브르 (순항)미사일들이 오데사항의 군사 기반시설을 파괴했다”며 포격 사실을 인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22일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 국방장관(왼쪽부터)이 흑해를 지나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입 선박의 안전 보장에 합의했다. 이스탄불=AP 뉴시스
22일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 국방장관(왼쪽부터)이 흑해를 지나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입 선박의 안전 보장에 합의했다. 이스탄불=AP 뉴시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는 2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상안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해군 침입에 대비해 기뢰를 깔아놓은 흑해에 안전 항로를 마련해 곡물 수출 길을 열어주기로 한 것이다. 흑해 주변에 묶인 우크라이나산 밀만 2000만∼2500만 t에 달한다.

이번 협상 타결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공감대 속에서 어렵게 이끌어낸 값진 합의라는 평가가 많았다. 세계식량계획(WFP)은 4700만 명이 전쟁 이후 굶주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합의가 이행되면 우크라이나에 묶여 있는 곡물을 오데사, 초르노모르스크, 유지네 등 항구를 통해 다른 국가로 수월하게 수출할 것으로 기대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매달 500만 t가량의 곡물을 수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오데사항 공격에도 우크라이나는 곡물 수출을 진행할 방침이다. 올레그 우스텐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경제고문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쉽진 않겠지만 곡물 6000만 t을 8, 9개월에 거쳐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24일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미콜라 솔스키 우크라이나 농업장관도 “(곡물 수출) 합의는 러시아가 아닌 유엔 및 튀르키예와 했다”며 곡물 수출 추진 의지를 나타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러시아를 규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러시아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지 심각하게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식량난에 처한 세계 수백만 명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의 완전한 약속 이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리투아니아는 22일 러시아에 화물 운송 길을 열어줬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주(州)로의 철도 화물 운송 차단 조치를 해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지난주 유럽연합(EU)이 완화한 대러 제재 지침을 반영한 조치다. EU는 화물 제재의 대상을 도로로만 한정해 러시아가 리투아니아 철도를 이용해 칼리닌그라드에 콘크리트, 목재, 술 등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도록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러시아#4자 협상#우크라이나 곡물#곡물 수출 협상안#오데사항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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