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영우’와 자폐에 대한 공감[내 생각은/구수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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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최근 봤다. 이례적으로 자폐 스펙트럼을 앓는 변호사가 주인공이었다. 드라마 속 에피소드엔 비장애인도 공감할 부분이 적지 않다. 예컨대 영우는 김밥만 먹는데, 그 이유는 ‘속이 보여서 식감을 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괴롭힘으로 음식물을 뒤집어쓰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위험을 최소화하는 선택은 대부분의 사람이 선택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특히 장애인을 원톱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게다가 영우는 장애를 숨기지 않는다. 또 의도치 않은 유머와 남다른 기억력으로 상대의 마음을 흔들어놓기도 한다. 보는 이들은 매력적인 캐릭터에 매료되고, 자연히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공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장애인이 주인공인 이야기는 오래전 경남 지역의 고성오광대에도 있었다. 제1과장 문둥북춤의 문둥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병으로 양손이 오그라든 주인공 문둥이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힘겹게 소고를 들어 올리는데, 관객은 이 과정을 마음 졸이며 지켜본다. 관객의 응원에 힘입은 문둥이가 이윽고 북춤을 추는 순간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장애인에 대한 공동체 의식을 재확인한다. 오늘날 우영우와 비슷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음악치료사인 필자는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이들이 사회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처하는 속도와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영웅적 서사도 좋고 악역도 좋다. 주인공의 친구 역할도 좋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삶의 모양새를 드러내는 것이다. 비장애인처럼 장애인들의 삶도 다채롭기 때문이다. 종국엔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장애인 작가가 나오길 기대한다.

드라마를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한 반짝 관심에 그쳐선 안 된다. 특히 발달장애인 가운데 우영우처럼 지적 능력이 뛰어난 ‘고기능 자폐’는 일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육과 돌봄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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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정 음악치료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자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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