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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뒷날개]당신이 살고 싶은 집 얼마, 아니 어딘가요

손민규 예스24 인문MD
입력 2022-07-02 03:00업데이트 2022-07-0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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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탄생/김민식 지음/316쪽·1만6000원·브.레드
집은 사는 곳이지 사는 게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인기 있는 책을 보면 집은 주거 공간보다는 재화인 듯하다. 투자서 ‘나는 대출 없이 0원으로 소형 아파트를 산다’(다산북스), ‘운명을 바꾸는 부동산 수업’(리더스북), ‘아들아, 부동산 공부해야 한다’(리더스북)와 같은 베스트셀러에서 집은 나의 자산을 지켜주고 재산을 불려주는 수단이다.

저자의 주장은 결이 다르다. 입지 좋은 아파트가 집이어야 한다는 통념을 제쳐두도록 제안한다. 그 대신 인간이 살아왔던 집, 거주하고 싶은 공간이 갖춰야 할 덕목을 탐색한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 소설가 조르주 상드(1804∼1876)를 만난다. 상드는 생전 “당신이 원하는 집은 초가집인가 궁전인가”를 물었고 그 답에 따라서 사람을 판단했다고 한다. 상드는 거대하고 사치스러운 집에 살고 싶다고 말한 사람과 어울리지 않았다.

저자는 상드와 비슷하다. 목공소를 운영하는 저자는 나무에 관심이 많다. 궁전보다는 초가집을 선호한다. 그가 원하는 집의 크기는 26.44m²(약 8평) 정도다. 저자는 2019년 펴낸 에세이 ‘나무의 시간’(브.레드)에서 나무와 인간이 관계를 맺으며 만들어낸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고, 신간에도 나무에 관한 내용이 많다. 자연에서 재료를 구해 소박하게 지은 집을 향한 시선이 각별하다. 미국의 주택난을 해소한 것도 나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북미 대륙에서 자라고 있던 가문비나무, 소나무, 전나무로 지은 일부 집이 미국인의 국민주택이 됐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콘크리트로 만든 아파트가 주택난의 해법으로 등장했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사회과학서 ‘아파트 공화국’(후마니타스)에서 한국의 아파트가 권위주의 정부의 개입, 투기를 부추긴 중산층 신화에 기댔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저자는 아파트 문화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일부 서구 지식인의 주장이 협량한 이해라고 본다.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대도시에 비해 범죄율, 의료 위생 지표, 공동체의 교양과 질서 수준이 높다고 반박한다. 스위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1887∼1965)는 고층 아파트와 빌딩으로 구성된 빛나는 도시를 제안했는데 지금 대한민국의 풍경이 ‘빛나는 도시’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한국의 주거 문화를 무조건 찬양하는 건 아니다. 질 낮은 합성 소재를 사용한 건축을 향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인다. 20세기 초 만들어진 기와집만을 한옥이라 칭하는 전통 건축에 대한 편협한 이해도 비판한다. 말미에서 저자는 미래의 집은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줄이는 ‘탄소 제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어디서 사는가는 어려운 문제고, 이 책은 답을 찾기 위한 탐색이다.

손민규 예스24 인문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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