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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원양보다 어려운 연안 항해[김인현의 바다와 배, 그리고 별]〈63〉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입력 2022-07-01 03:00업데이트 2022-07-01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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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항해에는 먼바다를 항해하는 원양 항해와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를 항해하는 연안 항해가 있다. 사람들은 원양 항해가 힘들고 연안 항해가 쉽다고 생각한다. 배가 사라지거나 침몰할 위험이 원양 항해가 더 높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범선 시대의 이야기일 뿐이다. 선장에게는 원양 항해보다 연안 항해가 더 어렵다. 왜냐하면 항해에 방해가 되는 선박, 암초, 섬을 연안 항해 중 더 많이 만나기 때문이다.

부산항을 떠나 쓰가루해협을 지나면 태평양을 만난다. 망망대해이다. 10일간 미국을 향해 달리지만 선박을 한 척도 만나지 못한다. 항해에 장애물도 없다. 해도도 사용되지 않는다. 해도는 무언가 위험물을 알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넓고 깊은 바다만 있을 뿐이라서 나타낼 것이 없으니 해도라는 것이 아예 없다. 마주치는 배가 한 척도 없으니 심심하기까지 하다. 그냥 앞만 보다가 당직 4시간이 지난다. 육지의 물표가 없으니 레이더를 이용하지 못하고 별님, 해님을 이용해서 위치를 구한다.

반대로, 연안으로 갈수록 배들이 나타난다. 접근하는 선박들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해야 한다. 어느 선박이 위험이 있는지 3분 간격으로 확인한다. 선장, 항해사, 당직타수까지 3인이 동시에 선교에서 당직을 선다. 초긴장 상태이다.

연안 항해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항로 앞에 어선들이 가득 있는 경우이다. 레이더 화면이 새까맣다. 레이더의 반사파가 스크린에 그렇게 나타난다. 어선이 그렇게 많이 진로 전방에 위치한다는 의미이다. 어선이 너무 많아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이들을 피해 돌아가면 거리상으로 상당히 손해가 난다. 망설이는 나에게 선장님이 말했다. “3항사, 실제로 안으로 들어가 보면 여유가 있다. 실행해 봐라”라고 지시했다. 선장님은 레이더의 범위를 더 넓혀보라고 했다. 12마일 레인지의 화면을 3마일로 확대해서 보면 배와 배 사이 간격이 보였다. 배를 몰고 그 사이로 들어갔다. 선장님의 말씀처럼 실제로 들어와 보니 여유가 있어서 무사히 지나왔다. 연안 항해는 좌초의 위험도 대단히 높다. 얕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연안을 다니는 선박은 하루에 한 번씩 항구에 입출항을 해야 한다. 인천∼제주가 대표적이다. 원양 항해의 경우 보름에 한 번 입항하니까 일단 출항만 하면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어 편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연안 항해를 하는 선박의 선원에게 봉급을 더 많이 줘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연안 항해에서의 근무 환경이 좋지 않으니 4년제 해양대학 졸업자는 환경이 더 좋은 원양 항해를 선호한다.

원양에 나가지 못하는 선원들이 주로 연안에서 근무하게 된다. 근로의욕과 사기도 낮은 편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이 세월호 사고에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 또한 원양은 곧 수출을 의미하므로 정부와 국민들이 더 관심을 가졌다. 수출 주도형 경제가 가져온 어두운 그림자다.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연안 항해에도 더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야 한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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