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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유나 양 가족의 죽음 [횡설수설/송평인]

입력 2022-06-30 03:00업데이트 2022-06-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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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전남 완도군 신지도 송곡선착장 인근 바다에서 인양된 아우디 승용차 안에 결국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조유나 양(11) 가족 소유의 아우디 승용차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 세 식구가 몰래 차를 버리고서라도 어디론가 도망가 숨어 있길 바랐다. 설혹 시신이 발견돼도 3구는 아니길 바랐으나 불안한 추측은 현실이 됐다.

▷유나 양 가족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신지도의 한 숙소를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추적할 수 있는 모든 기록으로부터 자취를 감췄다. 숙소 앞 CCTV 영상에는 유나 양 어머니 이모 씨(35)가 축 늘어진 유나 양을 업은 모습이 보였다. 밤이 늦어서 숙면에 빠진 것인지 수면제라도 먹인 것인지 알 수 없다. 왜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아이를 업고 있었을까. 마지막으로라도 엄마가 직접 업고 가고 싶었던 것일까.

▷유나 양 어머니는 퇴실 전 여행용 가방에 쇼핑백까지 챙겨 차에 실었다. 이어 숙소로 들어갔다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와 꼼꼼히 분리 배출을 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를 업고 나와 남편 조모 씨(36)와 함께 차를 타고 숙소를 떠났다. 죽으러 가는 사람이 짐을 다 챙기고 쓰레기까지 꼼꼼히 버리나. 아무튼 경찰 조사에 따르면 차는 9분 뒤 송곡선착장 방파제에서 바다로 뛰어들었다.

▷사진 속의 유나 양은 귀엽게 웃고 있다. 광주에 살던 부모는 유나 양 학교에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제주도로 체험 학습을 떠난다는 신청서를 이틀 전인 지난달 17일에 급히 냈다. 유나 양은 그날부터 결석했다. 그로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이 가족의 마지막 여행은 어땠을까.

▷학교 측은 체험 학습이 끝나도 유나 양이 등교하지 않고 유나 양 부모와도 연락이 닿지 않아 집을 방문했다. 집 앞에 우편물만 가득 쌓인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우편물 중에는 신용카드사에 2000여만 원을 변제하라는 법원의 통지서도 있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아버지 조 씨는 광주의 한 전자상가에서 조립 컴퓨터 판매를 했으나 지난해 7월 폐업했다. 주변 사람들은 조 씨가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실패하고 빚을 졌다고 전했다.

▷안정된 직장이 없는 30대 부부에게 2억 원이란 빚의 무게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빚은 그보다 훨씬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 젊은 사람이 죽을 생각을 하는가. 그가 완도로 가기 전 인터넷에서 ‘수면제’ ‘방파제 추락 충격’ 같은 단어를 검색하는 대신 죽도록 힘들다고 주변에 소리라도 질렀다면 세 가족을 살릴 수 있었을까. 엄마 아빠와 여행을 떠난다며 좋아했을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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