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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작년 2조5879억 역대급 실적… 완전 민영화 이끌어

입력 2022-06-30 03:00업데이트 2022-06-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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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sight]
“우리나라 최초 금융그룹 자부심 되찾자”
우리금융그룹 제공
올해 1월 11일 우리금융지주 창립 21주년 기념식에는 대한민국 금융사의 산증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황영기, 박병원, 이팔성, 이순우 그리고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전·현직 회장들이다. 이들은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를 축하하고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에 힘을 싣기 위해 자리를 함께 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외환위기 직후 총 12조80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23년 만인 지난해 12월 완전 민영화의 숙원을 풀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2019년 1월 재출범한 우리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으로 완전 민영화를 이끌어냈다. 손 회장은 창립 21주년 기념식에서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의 금융그룹이었던 역사적 자부심을 되찾아야 한다”며 “우리의 당당한 역사에 자부심을 더해 창발적 혁신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9년 재출범한 우리금융지주 초대 회장


임직원들과 담화를 나누고 있는 손태승 회장(오른쪽 세번째). 우리금융그룹 제공
손 회장은 1987년 한일은행에 입사해 35년간 금융 외길을 걸어온 금융 전문가다. 44세에 최연소로 은행 경영의 밑그림을 그리는 전략기획부장에 올라 4년을 지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점장과 글로벌 부문장 등 해외 업무만 10년을 맡은 글로벌 전문가이기도 하다.

손 회장은 “민영화 이후 우리금융지주가 재출범할 당시 4개의 목표를 세웠는데 그중 3개를 완수했고 나머지 1개도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의 4가지 목표는 지배구조 안정화, 기업가치 향상, 완전 민영화,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었다.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는 2016년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7개 과점주주에 우리금융지주 지분 29.7%를 매각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금융은 과점주주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새로운 지배구조가 안착됐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고 이는 완전 민영화의 단초가 됐다. 지난해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2조58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9% 늘었다. 4대 금융그룹 중 순이익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특히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더한 순영업수익은 8조344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2.3% 늘었다. 손 회장이 그동안 주력해온 중소기업 중심 대출과 저비용성 예금이 늘면서 수익 구조가 개선된 덕분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은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 재출범 첫해 국제자산신탁,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해 각각 우리자산신탁, 우리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바꿨다. 2020년에는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을 인수해 각각 우리금융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올해 초엔 부실채권 투자 전문회사 ‘우리금융F&I’가 공식 출범했다.

손 회장은 “증권사와 보험사, 벤처캐피털 인수합병(M&A)을 통해 2023년까지 비은행부문 수익 비중을 3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며 “장기적으로 은행 수준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수익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사주 매입으로 ‘책임 경영’ 앞장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손 회장은 국내 금융그룹 회장 중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20일 현재 손 회장이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주식은 총 11만3127주로, 17일 종가(1만3650원) 기준 15억4418만 원에 달한다.

손 회장은 2017년 12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이래 총 18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였다. 손 회장은 “월급이나 상여금이 들어오면 5000만 원씩 꾸준히 우리사주를 매입하는 데 썼다”며 “앞으로도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할 것”이라고 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 경영’과 ‘자신감’의 신호로 읽힌다. 손 회장은 주가가 하락하는 고비 때마다 자사주를 사들이며 경영 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같은 행보는 우리금융의 양호한 실적과 맞물려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예보가 잔여 지분을 시장에 매각할 수 있는 적정 주가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예보가 우리금융지주 지분 9.3%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우리금융은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다.

손 회장은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장려하며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앞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직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할 때 월 1회 최대 10만 원을 지원해주는 ‘우리사주 지원제도’를 시행했다. 손 회장은 2019년 회장 취임 이후 지원 한도를 최대 15만 원으로 인상하고 지원 대상을 해외 근무자로 확대했다. 15일 현재 우리사주 지원제도로 예탁된 주식은 총 2078만3915주에 이른다.

손 회장은 “직원들과 식사하면 ‘회장님, 우리 회사 주가 좀 올려주세요’라는 말을 많이 듣게 돼 스스로 채찍질을 하게 된다”며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주식 약 9%는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지난해 11월 예보가 지분을 매각할 때 약 1%의 지분을 배정받아 우리금융의 최대주주(9.8 %)로 올라섰다.

경청의 리더십으로 화합-도약 발판


앞서 손 회장은 우리은행이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행장을 맡아 조직의 기강을 잡고 화합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2017년 12월 전임 행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행장에 올랐다. 당시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상업은행 간 문화 차이의 극복이 조직의 과제로 떠올랐다.

손 회장의 좌우명은 ‘세이공청’(洗耳恭聽·귀를 씻고 공손하게 듣는다)이다. 손 회장은 경청의 리더십을 통해 혼란했던 조직을 다잡았다. 은행장 취임 후 4500㎞를 이동하며 전국 곳곳에 있는 영업점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단합을 호소했다.

그는 행장 취임과 동시에 본부장급 승진 인사를 하면서 후보군 선정 기준을 사전에 공개하고 외부기관을 연계한 다면평가 시스템을 신설했다. 능력 중심의 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당시 손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색깔이 없는 사람”이라며 조직을 추스를 적임자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최근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과 소수로 모여 식사를 하는 등 세대 간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면 지주와 계열사 간 비슷한 직급과 업무를 맡은 직원들끼리 소통을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IR 참석…글로벌·ESG·디지털 혁신 박차


손 회장은 은행장 취임 이후 현재까지 홍콩, 싱가포르,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중동, 미국 등 총 10차례 해외 기업설명회(IR)에 직접 참석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로는 비대면 IR를 통해 해외 국부펀드, 글로벌자산 운용사들을 만났다. 최근엔 5월 싱가포르에서 IR를 개최해 직접 다녀왔고 이달 말 미주 지역, 가을에는 홍콩, 유럽으로 IR를 떠난다.

손 회장은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이 우리금융의 실적이 성장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이 9월 종료를 앞둔 점 등 여러 불확실성에 대비해 하반기(7¤12월)에는 건전성과 내실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많은 24개국, 486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손 회장은 글로벌 업무를 담당하던 시절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합병, 미얀마 마이크로 파이낸스 인스티튜션(MFI)과 필리핀 저축은행 웰스뱅크 인수, 베트남 현지법인 설립, 인도 지점 개설 등을 직접 이끌었다.

손 회장은 2021년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원년으로 선언하며 그룹 경영계획에 ‘ESG 경영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포함시켰다. 이후 그룹사 CEO들을 위원으로 하는 ‘그룹ESG경영협의회’와 이사회 이사들로 구성된 ‘ESG경영위원회’도 신설하며 ESG 경영 체계를 공고히 했다.

최근엔 디지털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손 회장은 1월 창립기념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재창업한다는 각오로 모든 역량을 디지털 대전환에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그룹 내 디지털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은 올 하반기 금융권 최초로 MZ세대에 특화된 디지털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손 회장은 “종합금융사를 가진 우리금융의 장점을 살려 기업금융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HISTORY


우리은행은 한국 최초의 민족은행으로 한국 경제의 산업화와가계의 성장에 기여했다. 우리은행의 전신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다. 상업은행은 1899년 ‘금융 지원을 원활하게 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고종황제의 뜻에 따라 ‘대한천일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주식회사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자금을 관리하는 등 민족 자주성을 지켰다. 한일은행은 기업금융을 담당한 조선신탁주식회사와 서민·중소기업 금융 중심의 조선중앙무진주식회사의 두 뿌리로 시작했다. 두 회사는 광복 후 합병한 뒤 한국 기업의 성장에 마중물 역할을 했다. 외환위기로 상업·한일은행이 합병하며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이 탄생했다. 2001년엔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됐다.

민영화 과정에서 2014년 지주 체제가 해체됐지만 2017년 과점주주 방식의 매각이 성공하면서 2019년 우리금융지주가 재출범했다.


링컨이 재밌다는 ‘재동’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어릴 적부터 지구력과 집중력이 남달랐다. 그는 1969년 초등 4학년 때 동아일보가 개최한 자유교양대회에서 초등부 고전 읽기 금메달을 수상하며 본보(1969년 11월 27일 5면·사진)에 아래와 같이

‘천재소년’으로 소개됐다.

“링컨이 재미있다는 재동(才童). 1등 하면 아빠가 비행기 타고 오랬는데 전화가 안 돼 밤차로 내려간다는 손태승 군은 ‘여우와 곰’, ‘링컨’이 재미난다는 재롱둥이. 회사원의 3남 중 2남으로 학급에서 늘 1등을 했다고 자랑하는 손 군은 재산목록 1호인 ‘세계아동문학독본’을 잃어 안타까운 판에 장학금 오천원으로는 몽땅 책을 사겠다고 싱글벙글. 하루 1~2시간의 독서파다.”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손 회장은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를 마치고 우리은행에 입행해 동기들보다 나이가 2, 3세 많다. 그는 동기의 맏형으로서 부단히 노력한 결과 44세에 우리은행의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이 됐다. 전략, 경영지원, 경제조사, 성과평가, 신사업 등 7개 업무를 맡았다.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그의 일처리는 한 치의 오차도 없던 것으로 정평이 났다. 손 회장은 “매일 검토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업무시간에는 챙겨볼 틈이 없다 보니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서류 업무를 보게 됐다”며 “매일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1시간 20분이 가장 집중이 잘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문가’인 손 회장은 해외 기업설명회(IR)에서 글로벌 투자가와 통역 없이 의견을 나눌 정도로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 손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 영어 공부의 정석으로 불리던 3대 서적을 모두 섭렵했다. 고등 1학년 때는 성문종합영어를 20번 독파했다. 2학년 때는 도쿄대, 와세다대 등 일본 대학입시 본고사에 출제된 영어 문제를 담은 ‘영문해석 연습 1200제’를 공부했다. 3학년 때는 ‘영어의 왕도’를 마스터했다.

손 회장은 ‘노력형 인재’로도 유명하다. 미국 뉴욕지점에서 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토요일마다 대학 수업을 들으며 영어를 공부해 회화 실력을 키웠다. 손 회장은 “남들이 골프를 칠 때 영어 공부를 하다 보니 3년 반 근무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기 전 환송회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쳤는데 100타를 깨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손 회장은 “미국 근무 당시 TV 프로그램들은 청각 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해 화면 아래 자막을 띄웠는데, 듣기 실력을 키우려고 TV 아래 부분에 검은색 테이프를 붙여 자막을 가리고 TV를 봤다”고 말했다. 출중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손 회장은 우리은행의 책임자 승진 고시에서 영어 과목의 출제 위원을 맡기도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프로필
1959년 광주 출생 / 1978년 전주고 졸업 / 1983년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 1986년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

1987년 우리은행 입행 / 2000년 핀란드 헬싱키대 경제경영대학원 졸업 / 2003년 우리은행 전략기획팀 부장

2006년 우리은행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점장 / 2010년 우리금융지주 상무 / 2012년 우리은행 관악동작영업본부장 2014년 우리은행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 2017년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 / 2017~2018년 우리은행장 2018~2020년 우리은행장(겸 우리금융그룹 회장) / 2020~현재 우리금융그룹 회장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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