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의 조’에서 친문 십자포화
23, 24일 이틀간 열린 워크숍에서 가장 이목을 끈 시간은 단연 14조 조별 토론이었다. 민주당은 전체토론에 이어 의원 10명씩 무작위 추첨을 통해 짝을 지어 심야 조별 토론을 진행하도록 했는데, 홍 의원과 이 의원이 공교롭게도 같은 14조에 속하게 된 것. 친문이자 지난해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캠프에 속했던 박광온 이장섭 허영 홍성국 의원, 비명(비이재명)계인 고용진 송갑석 의원, ‘처럼회’ 소속 김의겸 의원으로 조가 구성되면서 사실상 이 의원에겐 ‘죽음의 조’라는 평가가 토론 시작 전부터 나왔다.이날 오후 8시 반 토론 테이블에서 이 의원과 마주 보고 앉은 홍 의원은 “당의 단결과 통합이 중요한 시기에 이 의원이 나오면 안 된다”며 “이번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고 한다. 다른 의원들도 불출마 압박에 가세하고 나서자 이 의원은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의원의 출마 여부에 다른 당권 주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조속한 결단을 내려달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오후 11시 넘어서까지 ‘소맥’(소주+맥주)을 마시며 3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의원은 당초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어서자 다른 일정이 있다며 오후 10시 반경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고 한다.
○ 7월 다가올수록 거세지는 압박
조별 토론에 앞서 진행된 전체토론에서도 이 의원의 출마 여부가 가장 뜨거운 주제였다. 토론 초반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자 5선의 설훈 의원이 먼저 나서 “어제 이 의원을 찾아가서 ‘나도 안 나올 테니 이 의원도 나오지 말라’고 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반면 김민석 의원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특정인에게만 돌려선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정청래 의원은 “전당대회에 나오고 싶은 사람은 모두 나가서 겨뤄보면 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본격적인 출마 선언과 후보 등록 절차를 앞두고 이 의원 측도 고심에 빠졌다. 이 의원의 측근 그룹 내에서도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인 7월 중순까지 결정을 미뤄야 한다”는 의견과 “우원식 박주민 의원 등 친명(친이재명)계 당권 주자들과의 ‘교통정리’를 위해서라도 늦어도 7월 초까진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강욱 의원의 징계 처분을 두고 범이재명계 및 ‘처럼회’와 대립각을 세웠던 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팬덤 그 자체는 좋다. 제가 끊어내자는 것은 팬덤의 폭력적 행위”라며 “폭력적 팬덤의 원조는 이른바 ‘극렬 문파’로 이들의 눈엣가시가 돼 온갖 고초를 겪은 대표적인 정치인이 이 의원”이라고 적었다.
예산=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