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송평인]마리우폴 함락

입력 2022-05-19 03:00업데이트 2022-05-19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이 17일 러시아에 함락됐다. 마리우폴은 돈바스 지역 최남단에 위치해 크림반도로 연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는 자국에서 돈바스 지역을 거쳐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육로를 확보함과 동시에 오데사와 몰도바 내 친러시아계 지역으로의 진격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러시아로서는 침공 이후 가장 큰 승리이고 우크라이나로서는 뼈아픈 패배다.

▷러시아로서는 승리이긴 하지만 너무 늦은 승리다. 러시아는 이미 한 달 전 마리우폴을 장악하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마리우폴의 우크라이나군은 소련 시대 때부터 거의 요새화된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하에 자리 잡고 결사적으로 항전했다. 결국 항복하긴 했지만 개전 이후 80여 일간 러시아군의 주요 전력을 이곳에 붙잡아뒀고 그것이 다른 곳의 우크라이나군이 선전한 한 원인이 됐다.

▷마리우폴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전력은 아조우연대다. 2014년 돈바스에서 친러시아 반군에 맞서기 위해 결성된 민병대지만 정규군보다 전투력이 더 강하다고 알려졌다. 아조우연대와 친러시아 반군은 서로 죽고 죽이는 과정에서 깊은 원한이 쌓였다. 아조우연대는 창설 당시 신나치 성향의 부대원들이 일부 있었으나 극단주의 성향은 현재 많이 희석됐다는 것이 서방 언론의 보도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나치를 쫓아내기 위한 특별 군사작전 ‘Z’를 수행한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 쪽에서는 아조우스탈에 있다가 항복한 군인 중에 미군 특수전 사령관을 지낸 에릭 올슨 예비역 대장을 비롯해 서방 국가 군 고위 장교들이 있다는 소문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에 끌려가는 모습으로 알려진 인터넷 사진 속 인물은 올슨이 아닌 것으로 팩트체크 사이트에서 확인됐다. 전쟁 보도는 선전 활동과 섞여 있기 때문에 가려들어야 한다.

▷러시아 의회는 아조우연대는 테러리스트이며 테러리스트를 포로 교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명분이 나치 테러리스트 퇴치이므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포로 교환에 응한다면 거짓 명분을 내세운 것이 되고 포로 교환에 응하지 않으면 자국 군 포로 가족들이 분노할 것이다.

▷러시아는 마리우폴 장악에 만족하고 우크라이나와 새 협상을 시작할 것인가. 우크라이나는 마리우폴을 수복하기 위한 시도를 포기하고 협상에 응할 것인가. 핀란드와 스웨덴은 마리우폴 함락과 거의 동시에 나토 가입 신청을 했다. 러시아로서는 마리우폴을 얻은 대신 핀란드 쪽 국경의 안보가 취약해졌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장기전으로 가는 건 부담스럽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