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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장택동]키오스크 공포

입력 2022-05-17 03:00업데이트 2022-05-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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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라며 주문을 받는 직원 대신 ‘Self Order’라고 쓰인 키오스크가 서 있는 식당들. 노인들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위축된다. 글씨도 작은 화면을 더듬더듬 누르다 보면 실수하기 일쑤다. 뒤로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소셜미디어에는 “엄마가 키오스크 사용할 줄 몰라서 한 시간 만에 주문했다는 얘기를 듣고 울었다” “아빠가 햄버거 좋아하시는데 키오스크로 바뀐 뒤 한 번도 못 드셨다”는 글이 올라온다.

▷식당이나 마트, 영화관, 병원, 관공서까지 키오스크가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키오스크는 원래 음료나 신문을 파는 간이매점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정보통신에서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단말기를 뜻하는 ‘일렉트로닉(Electronic) 키오스크’나 ‘디지털(Digital) 키오스크’를 줄여서 키오스크로 부른다. 특히 요식업계에 도입된 키오스크 숫자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지난해에 4배가량 늘었다. 업주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디지털재단의 설문조사 결과 서울에 거주하는 55세 이상 시민 가운데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다는 응답자는 절반이 되지 않았다.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라는 답이 약 3분의 1로 가장 많았고,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18%)라는 응답도 상당했다. 노인이 직원이나 다른 손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것도 모르느냐’는 식으로 퉁명스럽게 대해서 포기했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이러니 키오스크에 대한 노인들의 공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고령층에게는 프로그램이나 앱을 설치하는 것부터 인터넷을 연결하고 쇼핑을 하는 것까지, 디지털 문화 전반이 낯설고 어렵다. 고령층의 디지털 사용 능력은 전체 평균의 3분의 2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연령에 따른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이다. 젊은이들이 인터넷으로 손쉽게 출력하는 주민등록등·초본을 떼기 위해 고령층은 주민센터를 방문해야 하고, 아파트 청약도 대부분 인터넷으로 이뤄져 난감하다. 고령층이 많은 지역에서 한 은행이 유인 지점을 폐쇄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여는 일까지 벌어졌다.

▷요즘 중시되는 웰에이징(well-aging)의 주요 요소로 건강, 직업 등과 함께 디지털 능력이 꼽힌다. 디지털과 현실이 융합돼 가는 세상에서 노인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교육과 함께 세대 간의 공존을 위한 젊은층의 노력이 필요하다. 키오스크 앞에서 진땀을 흘리는 노인들에게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작은 호의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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