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중대한 변화에 잘 적응하는 법[Monday HBR]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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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변화는 한 개인이 성장하는 데 필연적인 동시에 굉장히 불편한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변화가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경우에 더 그렇다. 우리는 사람들이 삶에서 발생한 극적인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수백 건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많은 사람이 과거의 정체성에서 탈피해 새로운 자아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반면 인생의 중대한 변화를 뚫고 나가면서 새로운 역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다. 우리는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생의 중대한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다섯 가지 전략을 찾아냈다.

첫째, 과거와 의식적으로 단절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사람은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을 논리적으로는 이해해도 그 변화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과거와 현재를 분리하는 특정한 순간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이전의 정체성에서 훨씬 더 수월하게 빠져나올 수 있다. 한 예로 수녀원을 떠난 수녀들 중 상당수는 과거의 정체성과 작별하는 순간으로 바로 여성복을 입었을 때를 꼽았다.

둘째,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정체성은 앞선 정체성과 연결될 때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다. 예컨대 불안과 상처에 시달린 과거를 지닌 인터뷰 참가자들은 스스로를 돌아온 탕아 혹은 타락 천사에 비유하며 이야기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서사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 이들은 다른 사람보다 더 수월하게 삶의 전환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과거의 정체성과 결별했다.

셋째, 힘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보듬어야 한다. 정체성의 전환을 이성적으로 결심했더라도 감정은 여전히 미적거릴 수 있다. 특히 수치심이나 분노 같은 강력한 부정적 감정이 정체성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부상을 입고 경력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한 근로자는 사고 이후 자신이 직접 사업을 경영한다는 사실과 지금까지 이룩한 일에 자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면서 수치심을 넘어 전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자신을 힘들게 하는 감정들을 진정으로 인정하되 더 도움이 되는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넷째, 일과 무관하지만 의미 있는 정체성에 집중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으레 직장이 자신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곤 한다. 특히나 누군가 자신을 보며 직장을 먼저 떠올리거나 좋은 직장을 잃은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런 느낌이 심해진다. 하지만 사람은 여러 가지 정체성을 갖고 있다. 당신이 현재 직장에서의 정체성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다른 정체성 측면에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한 출소자는 조카와 축구를 하며 ‘좋은 삼촌’이 되는 단순한 행동을 통해 부정적인 자아상을 물리치고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이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상적인 미래를 공상하는 것도 정체성 전환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필자가 인터뷰한 사람들 중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은 현재 처한 상황이 결국에는 궁극적인 미래로 향하는 길 사이에 놓인 디딤돌에 불과한 것이라고 상상하는 이들이었다. 상상한 세계가 정말로 허황돼 한낱 공상에 불과할지라도, 상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더라도 이런 전략은 효과가 있다. 희망찬 미래에 대한 막연한 가능성이 현재를 견뎌볼 만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개인이 새로운 역할을 맡거나 경력을 전환하는 등 인생의 중대한 변화를 거칠 때 과거의 정체성을 내려놓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의 정체성과 과거의 자기 자신,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보듬으며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과거 속에 갇히지 않고 전진할 수 있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인생의 중대한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을 요약한 것입니다.


매들린 투비아나 오타와대 텔퍼경영대 부교수
트리시 루버텀 맥매스터대 디그루트경영대 부교수
루차나 투르치크 하칵 프레이저밸리대 경영대 부교수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정체성#변화#대체#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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